▲인도네시아 의료시장 규모 그래프(출처=대웅제약 뉴스룸) |
[에너지경제신문 이나경 기자] 국내 제약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할랄 인증’을 획득하거나 중심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이슬람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슬람 시장은 약 20억의 높은 인구로 시장성이 뛰어난데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할랄 의약품 규모는 80조 원에 달해 높은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단일국 할랄시장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는 할랄 진출을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국가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48%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23년 약 1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진입을 위해선 할랄 인증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수다. 할랄은 아랍어로 ‘신이 허락한 좋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슬람 율법에서 인정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에 할랄 인증이 붙는다.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은 할랄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인정하는 공식 할랄인증 마크 이미지. |
이에 국내 제약기업들이 속속들이 할랄 인증 물꼬를 트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3일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대웅인피온을 통해 세계 최초 동물세포 유래 바이오의약품 할랄 인증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인증받은 제품은 대웅인피온이 생산하는 적혈구 생성인자(Erythropoietin, EPO) 제제 ‘에포디온’이다. 에포디온은 신장투석과 같은 만성신부전 환자와 항암환자를 위한 빈혈치료제로, 2016년 12월 인도네시아 식약처(BPOM)로부터 판매허가를 획득하고 2017년 4월 인도네시아 시장에 발매됐다. 출시 6개월만에 인도네시아 EPO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현재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대웅제약은 인증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바이오의약품 인증 획득을 위해 에포디온의 허가 직후 할랄 인증을 위한 팀을 별도로 조직하기도 했다. 서창우 대웅인피온 대표는 "대웅제약은 이슬람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의 할랄 인증을 발판으로 하여, 3000억원 규모의 중동 EPO 시장과 후속 바이오 제품으로 80조원 규모의 중동 의약품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우수하고 안전한 의약품을 공급하여 전세계 많은 무슬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웅제약의 자체 개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도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와 인도네시아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해 할랄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종근당은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제약사 오토와 합작법인 CKD-OTTO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인도네시아 최초의 할랄 인증 항암제 공장을 준공하며 할랄 시장 진출을 알렸다. 종근당이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은 현지 의약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종근당은 할랄 인증까지 획득한 항암제 공장을 향후 20억 인구에 달하는 이슬람 국가들을 비롯해 아세안경제공동체(AEC)로진출할 수 있는 거점으로 삼을 전략이다. 또 향후에는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북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할 청사진을 밝혔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할랄인증을 획득한 일동제약은 최근 인도네시아 보건성으로부터 히알루론산 필러에 대한 품목 허가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일동히알테크는 자사의 ‘IDHF-001’(국내 상표명 ID프레쉬)외 3종의 히알루론산 필러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일동히알테크는 미용·성형 의료기기 판매법인인 ST인도네시아와 현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초도 물량 공급에 들어갔으며, 박람회 출품 등을 통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수출 확대를 위해 현지 맞춤형 전략을 실시하면서 이슬람 문화권의 할랄 인증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할랄 인증 획득이 까다롭기는 국내 제약사들이 수년째 쌓아온 할랄 인증 노하우와 적극적인 현지 생산라인 투자 등으로 점차 이슬람권에 대한 벽을 허물어 질 것으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이나경 기자 nak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