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경제성, 환경성, 사회적수용성 충족하는 지속가능한 전력산업 체계 구축 목표
특정 발전원에 대한 가치편향이 아닌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가야
재생에너지 확대, 간헐성 극복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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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에너지전환은 전력시장 전체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사회수용성 등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전력산업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어느 한가지 가치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또한 전력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신재생 간헐성 등 수급안정성 문제, 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한 만큼 국민적 수용에 합의해 가는 절차와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대, 원자력·석탄화력발전 감축, 에너지신산업 육성 등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전력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 폭염, 온실가스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전력시장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의 안정적 공급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전력거래소 조영탁 이사장을 만나 지금까지의 에너지전환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임기가 2년 지났다. 그동안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거래소의 성과는?
▲대내외적으로 질적·양적 성장들이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전사적 조직력 강화를 위해 거래소만의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불합리한 인사제도를 많이 고치고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역량강화에 힘썼다. 2년 동안 경력직 등 다양한 채용을 통해 질적 양적 인력보강을 이뤘으며 채용ㆍ이동ㆍ승격ㆍ임금피크제ㆍ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사혁신 10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 비상대비 업무 대통령상 수상, 재난대비 민방위 업무 행안부 장관상 수상, 비정규직 전환 대상(111명 전원) 전환 완료와 청년일자리 창출 기여 등 안전관리, 사회적가치, 혁신 등 정부정책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과거 경제성과 수급안정에만 초점을 맞췄던 에너지정책이 온실가스, 미세먼지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로 변화함에 따라 전력수급계획도 이에 맞추기 위한 작업을 추진했다. 지금까지는 발전, 송배전, 판매를 각기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이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세 분야가 긴밀하게 연관돼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최고 실무 기관으로써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전력시장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수급 안정성은 모든 에너지정책의 근간이다. 그 바탕에서 친환경성을 추구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발전원의 변화가 아닌 그에 따른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거래소는 전력신시장ㆍ전기신사업 확산에 따른 복잡ㆍ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업 확대, 국민DR 개설, REC 전자계약시스템 구축, 소규모중개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SICEM, 미래전력포럼, R&D포럼 등 에너지전환 관련 논의 활성화와 네트워크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통해 경제성, 에너지안보라는 가치와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적 가치를 두루 달성하려면?
▲에너지전환의 장기지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다만 어느 한가지 목표에만 치중해서는 안된다. 앞서 말했듯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등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전력산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신재생확대를 통해 환경개선과 에너지자립을 목적으로 하지만 신재생 간헐성 등 수급안정성 문제, 전기요금 부담의 완화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 환경단체와 산업계 등 여러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장기적인 에너지전환 실현과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에너지믹스의 조화처럼 가치도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어느 한가지 가치만 강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과도하게 정치화된 측면이 있는데 이 부분도 개선돼야 한다.
또한 그동안의 전력산업이 설비용량, 예비율, 신재생 목표량 등 외형적 또는 양적요소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시장제도 개선, 발전량, 연료수급, 전기요금 등 내재적 요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보다 더 중요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전력산업을 안정적으로 리드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정부, 전문가, 유관기관 등과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또한 미세먼지, 석탄발전 이슈 등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권이나 환경비용을 반영해 급전순위가 달라져야 한다. 거래소는 배출권비용 반영을 위한 미세먼지를 고려한 출력제한 등 환경급전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한 전력거래소의 구체적 노력은?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에너지저장장치(ESS)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장단기 전력수급 계획에 따른 구체적 계산이 필요하다. 15년 동안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얼마나 들어오고, 그에 따른 백업(보충)설비는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또 이런 설비들이 전력시장에 편입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백업설비들에서 생산한 전력은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모든 에너지원을 통합해 전체 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 백업 발전설비 사업자들이 보조서비스를 넘어 제값을 받고 운영할 수 있게 비용문제를 현실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유연성 전원들의 시장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보조서비스시장, 실시간시장 등 차세대시장 설계도 추진하고 있다.
즉 신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는 단순히 ESS설치로 끝나는 게 아닌 전력시장 전체의 안정적 전력계통 운영을 위한 정확한 제도 마련이 필요한 문제다. 그래서 에너지전환보다는 전력시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맞는 표현이라고 본다. 시장의 규칙이 정해지면 다양한 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혹은 보조서비스 시장 등에 자유롭게 참여해 균형을 이루게 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알약 한 두알 먹고 마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체질이 바뀌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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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과제와 목표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현계획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는 전력시장제도 개선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전력시장 운영이 규제를 통한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시장친화적으로 가야 한다. 시장참여자가 증가하고 있어 이해관계자 간 갈등 요소가 많아지고 있다. 전력이라는 시장 특성이 있으니 감시와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맞는데 지금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재조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업자들이 유연하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에너지전환, 에너지신산업도 육성될 수 있다. 정부와 시장의 정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주도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결국 시장매커니즘이 구축돼야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정부가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시장을 잘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도 공감대를 형성해 협력하고 있다.
어느 정부든 전력수급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거래소는 전통적 발전설비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가운데 에너지전환, 전력시장개편, 에너지신산업 육성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근본을 마련하고자 한다. 근본적 판이 잘 형성되면 수치적 목표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 수치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가보지 않을 길이기 때문에 절차를 잘 만들어야 한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력수급ㆍ시장ㆍ계통업무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유기적 운영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 플랫폼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또한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원별 비율 조정 등의 문제에 해결을 위해 산업부, 환경부, 국가기후환경회의, 한전, 발전사 등 유관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문역량 강화, 전사조직력 강화,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최고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 하도록 하겠다. 특히 창립 20주년인 내년에는 ‘전력산업 선진화’ 단계를 넘어 에너지전환을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위상 제고와 중장기 발전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