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상정된 안건 많아 3월도 어렵다"
미래에셋, 신사업 못하고 전원회의만 무기한 대기
카카오, 네이버 등 공정위 무소불위 권력 도마위
![]() |
▲미래에셋대우. |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제재수위를 확정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일정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상정된 안건들이 많아 3월에도 미래에셋그룹 혐의와 관련해 전원회의 일정을 잡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 공정위 "상정된 안건 많아 3월도 전원회의 불가능"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은 물론 3월에도 미래에셋대우의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전원회의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공정위 전원회의 일정은 심판관리실에서 일정을 확정하고 미래에셋대우와 공정위 내부 담당자들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현재 공정위 전원회의에 상정된 안건들이 많아 다음달 중에도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 관련 전원회의는 3월에도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상정돼 있는 안건들이 많아 순차적으로 하다보니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
▲공정거래위원회. |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의 전원회의 일정이 이렇듯 늦어지고 있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미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지 3년이 지난데다 지난해 11월 심사보고서 작성을 마친 상황에서 전원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는 것은 의도적인 ‘시간끌기’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2017년 12월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미래에셋센터원, 미래에셋생명 본사 등을 방문해 계열사 지원 의혹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이후 2년여간 조사 끝에 미래에셋그룹 계열사가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포시즌스호텔서울, 블루마운틴컨트리클럽(CC) 등에서 나온 운용 수익을 박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미래에셋컨설팅에 몰아줬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48.6%)을 비롯해 친족(43.2%) 등 박 회장 일가가 전체 지분의 91.9%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박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을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미래에셋그룹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 측의 의견을 청취한 후 이르면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수위를 확정할 방침이었지만, 안건이 많다는 이유로 전원회의 일정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공정위 조사는 미래에셋그룹이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발행어음 등 자기자본 4조원대 증권사에 허용해주는 신규사업을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미래에셋은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 9조1900억원으로 명실상부 국내 1위 증권사로 올라섰음에도 경쟁사와 달리 신규사업에 출사표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공정위가 미래에셋그룹을 ‘일감 몰아주기’로 제재할 근거가 약한 상황에서 너무 무리하게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이 영위하는 골프, 호텔사업은 2010년 이후 계속해서 손실을 보고 있고, 박 회장 역시 2010년부터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을 모두 기부하고 있어 ‘사익 편취’라고 단정짓기에는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상 기업에 대해 위법 사항이 없으면 심사보고서를 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최근에 미래에셋이 우리 측에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미래에셋 측이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공정위가 미래에셋그룹을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검찰에 넘길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며 "앞 뒤 상황을 보지 않고 모든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사실상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정위, ‘단순 누락’에도 검찰고발 카드
공정위가 전원회의 일정을 미루거나 사소한 사안에도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최근 수십 개 계열사를 공정거래위원회 보고 자료에서 빠뜨린 혐의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해진 GIO가 2015년부터 2017년, 2018년까지 본인 및 친족, 비영리법인 임원이 보유한 회사 등 21개 계열사를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같은 고강도 제재를 결정했다. 이 GIO가 네이버 기업 집단 ‘동일인’ 지정을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2017년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2015년 기업집단 지정가능성이 전혀 없는 예비조사단계에서 자료제출이 이뤄지면서 발생한 문제로 고의성은 없었다"며 "기업집단 지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자산 규모가 매우 작은 회사의 일부 누락 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고발조치가 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반박했다.
앞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2016년 계열사 5곳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의 공시 의무를 졌지만, 김 의장이 이를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카카오는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미뤄졌다. 국내 한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공시 누락 등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들면 이것은 기업들에게 경영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와 똑같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