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재에 각국 정상 희비...美 '다급'-中 '의기양양'-日 '버티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3.21 10:38

‘경제 성장 치적’ 앞세운 트럼프, 코로나19 돌발 악재

美증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경기부양책 ‘분주’

시진핑, 마스크 없이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

‘코로나19 전쟁에서 승리’ 연일 과시행보

아베, ‘도쿄올림픽’ 강행 의지...대다수는 ‘연기’ 무게

연기해도 시설확보-대회 시기 결정 등 문제 산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 도널드 프럼프 미 대통령(중) 아베 신조 일본총리(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상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잠재우고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올해 1월 17일 이후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연일 축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에도 7~9월 예정대로 도쿄올림픽을 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도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아베 총리의 ‘버티기’ 전략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 극도로 예민해진 트럼프...코로나19에 ‘경제성장’ 치적 빨간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중국, 일본, 미국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신경이 날카로워진 정상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성장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는데, 미국 내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재선행보의 동력도 한 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허무한 것은 전폭적인 법인세 감세와 규제 완화를 앞세워 차곡차곡 끌어올렸던 미국 증시가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20일 (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13.21포인트(4.55%) 급락한 19,173.9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04.47포인트(4.34%) 추락한 2,304.9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1.06포인트(3.79%) 하락한 6,879.52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17.3% 폭락했다. 주간 하락률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S&P 500 지수는 14.98%, 나스닥은 12.64% 각각 추락했다. 두 지수도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악의 주간을 기록했다고 CNBC는 전했다.

이번주 트럼프 랠리의 출발점으로 상징되는 ‘2만 고지’는 힘없이 무너졌고, 다우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17년 1월 19일 19,732에 마감한 다우지수는 1월 25일 사상 처음으로 20,000선을 뚫으면서 가파른 랠리를 이어왔다. 다우지수는 지난달 12일 29,551까지 오르면서 ‘3만 고지’를 눈앞에 뒀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자 곧바로 하락 반전했다.

뉴욕증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추세적인 하락 흐름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전으로 밀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위해 1조 달러 규모 부양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납세일을 4월 15일에서 7월 15일로 옮긴다"면서 "모든 납세자와 기업은 이자나 과태료 없이 신고와 납부를 위한 시간을 더 갖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이어 "환급받을 세금이 있는 모든 납세자는 지금 신고해 환급분을 받을 것을 장려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백악관이 납세기한을 90일 미루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여전히 신고는 4월 15일까지였는데 이제 신고와 납세 기한이 7월 15일까지로 연기된 것이라고 CNN방송은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통상 4월 15일까지 세금 신고와 납부가 이뤄지며 이번 연기조치는 연방세에 적용된다.

이와 함게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1조 달러 규모 부양책을 두고 이날 여야간 본격 협상이 시작됐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므누신 장관은 이날 오전 의회에 집결해 전날공화당이 마련한 지원안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1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법안은 성인에 1천200달러, 어린이에 50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해 중소기업과 피해 업계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주말에 협의를 끝내고 월요일인 23일에는 통과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중국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그것은 중국에서 왔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군이 중국에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수 있다는 중국 측 발언에 대해선 "중국은 허위 정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며 "우리 군대는 그것(바이러스)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나는 시 주석과 아주 좋은 관계고 중국을 대단히 존경하며 시 주석을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동석한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애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세계인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고 중국의 대응이 엉망이었다고 강조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몰리는 책임론을 희석하는 한편 미중관계를 고려해 일종의 상황 관리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 시진핑 "코로나19 싸움에서 승리했다"...연일 과시 행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P/연합)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과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의 지휘 아래 중국 인민이 노력한 끝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승리의 서광을 봤다는 것이 중국 측의 주장이다.

시 석은 지난 10일 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우한을 방문해 "후베이와 우한에서 형세를 안정화하고 전환했다"면서 "후베이와 우한 보위전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종식 수순에 접어들었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세계 각국이 중국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시 주석은 일주일 간 외부 접촉을 삼간 뒤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은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 속 중국은 정상화됐다는 점을 과시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중국이 외교 면에서도 정상으로 돌아갔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의미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전 세계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임에도 시 주석이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무조건적인 중국 두둔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중국을 두둔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를 지적하는 데도 그는 지난달 28일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튿날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중국의 조처에 국제 사회가 감사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고까지 했다.

같은 달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라며 "이번 선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연일 중국 감싸기에 나섰던 것은 중국의 막대한 재정 지원 덕분이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 막대한 자금력으로 여러 국제기구 내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던 중국으로 날아가 베이징(北京)에서 양해각서를 맺고 재정 지원을 약속받았다.

같은 해 5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과 국제기구에 600억 위안(약 10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WHO가 3개월 뒤 개별적으로 2000만 달러(약 242억원)의 추가 지원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장관을 지낸 에티오피아의 ‘큰 손’이기도 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2000년 이후 지난해 초까지 중국 국책 은행으로부터 121억 달러(약 14조7000억원)가 넘는 자금을 받았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브리핑에서도 거듭 중국을 치켜세웠다. 그는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중국 우한에서 전날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아무리 엄중한 상황이라도 돌아갈 희망이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밀어낸 도시와 국가의 경험은 다른 나라에 희망과 용기를 준다"고 밝혔다.


◇ 내부에서도 ‘올림픽 연기’ 목소리 커지는데...아베 홀로 ‘마이웨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P/연합)


시 주석과 달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마음은 연일 좌불안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7~9월 예정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두고 무관중 개최나 취소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취소나 무관중·축소 개최가 아닌 통상적인 방식의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달 19일 참의원(參議院·상원) 총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 "규모는 축소하지 않고 또한 관객도 당연히 함께 감동을 맛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는 올림픽 강행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야마구치 가오리(山口香·56) JOC 이사는 20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수들이 만족스럽게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는 27일 예정된 JOC 이사회에서 연기하자는 의견을 밝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야마구치 이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 전국의 지자체에서 올림픽 개막 전에 합숙 훈련을 하려던 각국 선수단의 취소 요청이 잇따르고, 오는 26일 시작되는 일본 내 성화 봉송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점도 연기를 주장하는 이유로 들었다.

일본 시민들 역시 상당수가 도쿄올림픽을 그대로 강행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도통신은 14~16일 전국 유권자 1천32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69.9%가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다는 답변은 24.5%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달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오는 7월 24일 개막할 예정인 도쿄 하계 올림픽 개최를 1년 연기하는 방안을 거론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일본의 도쿄 올림픽 개최나 미국 선수의 참가 문제 등에 관한 질문에 아베 총리를 ‘친구’라고 칭하며 "그 문제는 아베 총리에게 남겨두려고 한다"고 답을 유보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 들어가면서 관중 없이 올림픽을 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림픽과 같은 글로벌 행사를 연기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전쟁 때문에 올림픽이 취소된 적은 있으나 연기된 사례는 없다.

무엇보다 시설 확보가 가장 큰 문제가 될 전망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올림픽 경기장으로 지정된 시설 중 다수가 행사나 전시회 등으로 인기 있는 장소이며 2021년이나 2022년 여름으로 대회를 연기하더라도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18일 보도했다.

이미 예약이 완료된 시설의 경우 배상 문제가 생기며 각국 대표단이나 취재진 등의 숙소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연기하는 경우 대회 시점을 언제로 할지 결정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1년 늦춰 2021년 여름에 하는 경우 육상, 수영 등 세계선수권대회가 겹칠 수 있으며 2022년에는 베이징(北京) 동계 올림픽(2월), FIFA 월드컵(11∼12월, 카타르) 등이 있다.

올림픽 일정은 국제경기단체의 수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서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출전을 준비해 온 일부 선수의 경우 1∼2년 대회가 늦춰짐으로 인해 경기력이 정점을 지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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