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코로나19' 소상공인 이자상환 유예했는데...美 왜 안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1 11:17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원금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실시

선진국은 실시 안해..."은행 건전성악화 등 부작용 상존"

"원리금 상환 유예시 금융권 추가대출 불가능...실효성 부족"

▲국내 한 시중은행에서 실무자가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이자 상환을 유예하는 내용의 지원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정책을 발표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선진국의 이같은 행보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한계 채무자의 채무 상환 의지를 약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코로나19로 직, 간접적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가운데 원리금 연체나 자본잠식, 폐업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대출원금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를 실시한다.

연 매출 1억원 이하 업체는 따로 증빙하지 않고도 코로나19 피해 업체로 간주하며, 1억원이 넘는 업체는 매출 감소를 입증하는 자료를 내야 한다. 올해 들어 이달까지 연체가 발생했더라도 신청일을 기준으로 모든 금융회사의 연체를 해소했다면 지원받을 수 있다.

해당 조치는 은행, 카드, 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가계대출, 부동산 매매, 임대업 등은 제외된다. 이자 및 원금 유예 규모는 시중은행 기준 전체 대출금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은 이자 및 원금 유예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한계 채무자의 모럴 해저드 증가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자료=키움증권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의해 일시적으로 상환능력이 악화된 정상적 차주에게는 이번 조치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리금 상환 유예를 신청하면 금융권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상환 유예보다는 한도대출을 이용하거나 추가대출을 신청하는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자 상환 유예는 한계 채무자의 가계 채무 상환 의지를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양산시켜 잠재적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정부가 저신용자에 대해 사실상 선착순 대출을 진행하면서 대출금을 이용하고 6개월 후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법원에 채무재조정을 신청하는 악성 채무자가 양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 연구원은 "원금 뿐만 아니라 이자도 상환하지 않게 되면 차주는 채무 부담을 체감할수 없고, 유예기간이 끝난 후 상환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은행 입장에서도 한계 채무자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진다"며 "대개 한계기업의 경우 단기채무 또는 고금리채무의 연체 등을 통해 상환능력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데 해당 방안이 실시되면 그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진단했다. 즉 이번 조치로 한계 기업은 6개월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나,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는 6개월 뒤 건전성 악화라는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서 연구원은 "장기간 저금리에도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고,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3년새 25%에 달하는 등 한계기업이 전체 기업의 4분의 1을 넘는다"며 "그럼에도 그동안 전 세계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저 수준의 연체율, 대손비용률을 기록하는 것은 정부의 구조조정 지연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도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미루고 은행에 부담만 지우면 결국 은행의 부실화만 초래해 은행 위기와 같은 새로운 국면이 도래할 수 있다"며 은행업 비중 확대는 정책 기조의 변화 이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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