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논란] '수수료 폭탄' 무리수 던진 배경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7 14:51

소비자 86% "배민-요기요 합병 반대"···배달앱 시장 ‘시끌’

▲배달의민족 앱 아이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합병하면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해 말 ‘배달의 민족’(배민)과 ‘요기요’가 합병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장한 내용이다. 이들은 당시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수수료·광고료 상승이 현실화한다면 독점적 배달 앱 불매를 포함한 강력한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엄포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을 발표한 이후 잠잠했던 ‘배달 앱 독과점 횡포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고사 위기로 내몰린 가운데 배민이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요금 체계를 변경해 시끄럽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소비자 86% "합병 반대"···독과점 횡포 현실화하나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전국 6개 광역시에서 배달 앱 이용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합병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6.4%였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가장 자주 이용하는 배달 앱은 배민이 59.2%, 요기요가 35.6%로 조사됐다. 두 업체를 합치면 94.8%에 달한다. 합병 반대 이유는 독점 시장 형성으로 인한 음식 가격과 배달료 인상이 82.9%로 가장 많았다. 사업혁신이나 서비스 향상 동기저하가 46.3%, 쿠폰·이벤트 등 소비자 혜택 감소가 40.5%로 뒤를 이었다.

요기요

▲소비자시민모임 설문조사 결과


2개 이상의 앱을 중복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는 60%로 조사됐고, 중복 사용 사유로는 할인·쿠폰 때문이라는 답변이 77.3%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91.2%는 향후 배달 앱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81%는 두 업체의 합병이 이뤄지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조사는 2월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신뢰도는 95%에 표본오차는 ±4.4%포인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우아한형제들이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을 발표하면서 조성됐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중심의 새 요금체계 ‘오픈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주문 성사 시 배달의민족이 5.8% 수수료를 받는 요금체계다. 기존에는 광고를 원하는 가맹점주들에게 8만 8000원씩만 받아왔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배달의민족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꼼수’를 부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생사의 기로에 선 가운데 배달의민족이 수수료까지 뜯어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전보다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 곳은 월매출 155만 원 이하 점포에 불과하고 대다수 소상공인은 엄청난 수수료 인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할 때 배달 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배민의 수수료 개편이 소상공인에 큰 부담이 된다며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특별법 입법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배민-요기요 합병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번 수수료 체계 논란과 관련 "기업결합(합병)과 관련한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뜻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소상공인 유불리를 떠나 해당 업체(배달의 민족)의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수수료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결합 심사에서는 시장 획정에 따른 필수 심사 항목 외에 개편된 수수료 체계가 가맹점들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배민 ‘폭풍성장’···요금 체계 개편 시점 ‘임박’

업계에서는 배민의 요금 체계 개편을 ‘시간문제’라고 봤다. 스타트업 신화를 쓰며 몸집이 커진 만큼 경영 효율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배민은 국내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6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0% 넘게 뛰었다. 2015년 개별 기준 49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4년만에 11배 이상 커진 셈이다.

우아한형제들 2019년 매출 영업이익

▲우아한형제들 실적 추이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광고·마케팅과 함께 라이더 프로모션 비용이 증가한 탓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할 시점이 된 셈이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역시 작년 실적을 발표할 당시 "2019년은 국내 음식배달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기술 경쟁력과 경영 노하우를 축적한 한 해였다"며 "2020년은 건전한 성장 구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해 요금 체계 개편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발표 시점이 좋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이 힘들어하는 와중에 소상공인들의 피땀을 훔치려 든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한 것이다.

경쟁사가 일찍부터 수수료를 받는 동안 배민은 꾸준히 광고를 중심으로 매출을 올려왔다는 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배민 측은 2018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광고 기반의) 슈퍼리스트는 구글, 텐센트 등 글로벌 IT기업 다수가 채택한 입찰 방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정국 이후 매출이 폭증하자 돈을 벌기 위해 수수료 체계를 선택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 우아한형제들 서비스 개선 약속···"수수료 낮춰 계속 추진할 듯"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


우아한형제들은 우선 ‘수수료 폭탄’ 논란 관련 요금 체계를 다시 개편하겠다고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시장에서는 배민이 현재 골자는 유지하되 수수료율을 살짝 낮추는 식으로 대안을 마련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민은 이달 초 오픈서비스 도입을 발표하며 "건당 수수료율 5.8%는 푸드 딜리버리·이커머스 통틀어 전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14만 입점 업주 중 52.8%의 비용부담이 감소하고, 영세업자일수록 혜택이 커진다는 논리도 펼쳤다. 가까운 업소, 재주문 많은 가게 등이 상단에 노출돼 고객 이용 편의성도 높아진다고 소개했다.

또 배민이 가장 강조한 포인트는 ‘깃발 꽂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깃발 꽂기는 월 정액(8만 원) 광고료 방식의 ‘울트라콜’을 중심으로 요금체계가 운영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져왔다. 자금력이 있는 음식점주들이 자신의 상호가 있는 지역 인근에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등록하면서 배민 앱 화면을 중복 노출로 차지하고 인근 지역의 주문까지도 독차지해왔다. 일부 지역에선 월 1000만 원 이상 광고비를 내고 깃발을 200개 이상 꽂는 업체가 등장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소상공인들은 배민 앱 화면에서 노출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주문 증가 효과도 누릴 수 없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통해 ‘깃발 꽂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는데, 이제 와서 광고 기반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론을 달랠 수 있는 수준의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잠잠해지면 이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6일 김범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요금 체계 관련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회사는 "즉각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발표한 ‘오픈서비스’ 요금 체계를 중단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빠른 시일 내 개선책을 마련하되 4월 오픈서비스 비용은 상한을 두지 않고 받은 금액의 절반을 돌려준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요금체계 개편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며 "이 과정에서 사장님들의 마음 속 깊은 말씀을 경청하고, 각계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픈서비스 도입 후 업소별 주문량의 변화와 비용 부담 변화같은 데이터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오픈서비스 도입 후 5일간의 데이터를 전주 동기와 비교 분석해 보면, 오픈서비스 요금제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님과 줄어드는 업주님의 비율은 거의 같게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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