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해외 가족·친지에 마스크 보낼 수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8 14:29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이나경 기자] #.경북 구미에 사는 김모씨는 아내와 함께 미국에 거주 중인 자녀에게 마스크 30장이 들어있는 박스를 보내려다 우체국에서 거절 당했다. 정부가 마스크의 해외 반출을 마스크 5부제(주당 1회·1인당 2장 구매) 기준에 따라 보낼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을 한달 최대 8장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는 얼마전 해외에 체류 중인 친 언니 가족에게 마스크를 보내려다 형제자매는 직계 존비속으로 구분 될 수 없어 해외 배송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망연자실 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중에 마스크가 부족해지자 지난달 25일 마스크 수출 금지 정책을 시행했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 가족에 대해선 규제를 풀어 해외에 있는 가족 1인당 월 8장까지 보낼 수 있게 했다. 지난 1일부터는 2명 이상의 해외거주 가족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발송할 때 묶음 발송이 허용하는 등 조건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규제 수준이 여전히 너무 높고 까다로워 많은 국민들이 해외로 마스크를 보내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8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해외교민 1명이 가족으로부터 배송받을 수 있는 마스크는 월 8장이다. 만일 부모가 각각 해외 유학 중인 자녀에게 8장씩 마스크를 보내는 경우 1인 제한 수량 8장이 초과됨으로 보낼 수 없다. 여기서 마스크는 KF94와 KF80 등 보건용 및 수술용 마스크만 해당된다. 일반 마스크(면마스크 등)는 수량과 상관없이 우편물로 발송할 수 있다.

기존에는 묶음배송이 불가해 한번에 한명에게만 마스크를 보낼 수 있어 해외에 있는 아내와 두 자녀에게 마스크를 보낼 경우 세 명 앞으로 각각 발송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일부로 규제가 일부분 완화 돼 묶음 배송이 가능해져 국민들의 우편요금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마스크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가족관계가 발송인의 부모와 자녀, 배우자 등 직계 존·비속으로 제한해 형제·자매나 며느리, 사위 등에게는 보낼 수 없다. 또 재외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예외적으로 마스크 수출을 허용한 것으로 외국인 역시 인정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 배송 대상이 이민을 가서 해외 시민권이 있는 경우나 한국 국적이 아닌 대상에게는 마스크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보내는 절차도 까다롭다. 먼저 보내는 사람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미리 우체국 국제 특별수송(EMS)에 접수해야 한다. 국가별 코로나19 상황이 시시각각 달라져 보내고 싶은 국가에 대한 배송가능 여부도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같은 국가여도 지역마다 가능여부가 다르다.

가능여부 확인 및 EMS 주문 접수를 완료 했다면 발송인과 수취인의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예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와 본인 신분증(주민등록번호 확인)을 지참해 우체국 접수창구에서 확인받으면 된다.

마스크 택배 상자 안에는 마스크만 단독으로 담겨야 한다. 최대 용량은 250g이다. 이는 우편물 접수과정에서 불필요한 민원마찰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우편물을 발송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제한한 것이다.

통관검사 시 기준 초과 사실이 확인되면 우편물 반송 또는 관세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반송 시 우편요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재 발송은 최초 우편물 발송(우체국 접수일)로부터 4주가 지나면 다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규제가 다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 제기되고 있다. 젊은사람에게도 까다로운 이 규제가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미숙한 고령의 시민들에게는 더 큰 어려움으로 와닿는다. 실제 우체국 관계자에 따르면 마스크를 보내러 왔다가 사전 접수 및 서류 미흡 등으로 발길을 돌린 어르신들이 허다하다. 어렵게 마스크를 보낸다고 해도 배송기간이 길면 한달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많아 해외 거주 국민에 대한 배려가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외 거주 가족들도 우리나라 국민입니다’ 제목의 청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마스크를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라며 "아빠, 엄마, 아이 세 사람이 함께 하는 가족에게도 마스크 8장만을 보낼 수 있는데 EMS로 고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함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배송기간도 한달이 걸린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급속도로 번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서 해외 거주하는 가족은 더욱 공포스럽다"면서 "EMS 택배에 마스크 외에 필요한 물품이나 편지 한 장 담고 싶어도 마스크 8장만을 담아서 꼭 보내야 하는데 가족인원수에 맞춰서 조절이 필요하며 다른 물품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우체국에서 일일이 박스를 개봉해서 마스크 개수를 확인하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박스 크기와 무게를 규격화 시킨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수량을 늘리는 것과 관련해서 정부는 국내 마스크 수량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여전히 마스크 물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급 상황을 보면서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나경 기자 nak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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