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가고 싶은 K-콘텐츠…넷플릭스에 밀린 토종 OTT는 ‘발만 동동’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26 10:56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가운데, 토종 OTT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콘텐츠업계는 넷플릭스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또 하나의 한류를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제 막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토종 OTT는 날로 격화되는 ‘안방 싸움’만으로도 힘겨워하는 양상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충무로 대작 영화 ‘사냥의 시간’이 지난 23일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단독으로 공개됐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은 작품으로, 당초 극장 개봉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직행을 택해 ‘넷플릭스 공개작’이 됐다.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컷.


글로벌 OTT 업계의 ‘콘텐츠 수급’ 전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확보 전쟁에서도 토종 OTT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OTT업계 관계자는 "영화 ‘사냥의 시간’ 같은 콘텐츠의 판권을 OTT가 독점으로 따내기 위해서는 OTT업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면서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무대에 작품을 선보이기를 원하지만 아직까지 토종 OTT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큰 장벽"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업계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7년 봉준호 감독과 손을 잡고 오리지널 영화 ‘옥자’를 공개한 데 이어 인기 방송인 유재석과 함께 ‘범인은 바로 너’라는 예능 콘텐츠를 제작했다. 지난해에는 막강한 팬덤을 가진 스타 드라마 작가 김은희와 함께 오리지널 TV시리즈 ‘킹덤’을 선보였으며, 최근 시즌2를 공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넷플릭스는 또 영화 ‘부산행’으로 스타덤에 오른 연상호 감독과 함께 새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을 제작하기로 최근 확정지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TV시리즈 '킹덤'의 옥외광고.(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지난해 CJ ENM 및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어 jtbc콘텐트허브(스튜디오)와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제휴를 맺었다. 3년 간 각각 20여 편의 드라마를 공급받아 전 세계 190여 개국 이상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CJ ENM과 JTBC는 국내 토종 OTT의 대표 격인 ‘웨이브’에 VOD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CJ ENM과 JTBC가 조만간 통합 OTT 플랫폼을 출범한다는 계획이어서, 웨이브에 VOD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확보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10억 달러(약 1조233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콘텐츠 취득과 생산, 합병 등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관련업계는 넷플릭스가 코로나19 여파로 전보다 더 덩치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1~3월까지 신규 가입자 수가 1580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넷플릭스가 전망한 1분기 신규 가입자 수 700만 명보다 두 배 이상 웃돈 수치다. 1분기 기준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1억8290만 명으로, 넷플릭스는 오는 6월까지 750만 명이 더 가입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종 OTT 중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는 ‘웨이브’는 지난해 콘텐츠 투자에 100억 원을 집행한 데 이어 오는 2023년까지 총 3000억 원의 콘텐츠 투자를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웨이브는 최근 세계적인 미디어회사 ‘NBC유니버설’과 ‘글로벌 미디어 · 콘텐츠 초(超) 협력체’를 결성했다.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 확장과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수출이 주요 목적이다. NBCU는 이르면 이달 OTT 서비스 ‘피콕’(Peacock)을 미국 전역에 출시할 예정인데, 이 경우 웨이브의 한류 드라마 등은 서비스의 핵심 콘텐츠로 제공될 수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일단은 웨이브의 가장 큰 경쟁력이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해 확보한 드라마 콘텐츠 경쟁력인 만큼, 드라마 콘텐츠를 활용한 한류 확산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일단은 지상파 드라마를 선보이는데 집중하고, 향후 콘텐츠의 외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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