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1992년 데뷔한 ‘그랜드 체로키’는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그먼트를 개척해낸 지프의 주력 모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600만대 이상 팔려나갔고, 국내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엄청난 존재감과 강력한 힘을 지녔음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 만나본 그랜드 체로키는 형제 모델들을 압도하는 인상을 자랑했다. 일단 크기가 남다르다. 전장 4835mm, 전폭 1945mm, 전고 1800mm, 축거 2920mm 수준이다. 팰리세이드보다 길이는 짧지만 높이가 50mm 더 높다. ‘동생’ 격인 체로키와 비교하면 한 차급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프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 간결하게 뻗어나간 직선 라인 등이 남성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투박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질리지 않는 얼굴이다. 헤드램프, 사이드 미러 등 대부분 부품이 경쟁 모델들보다 커 시원하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시트 포지션이 높아 SUV를 운전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공간은 넉넉하다. 축간 거리가 길다보니 2열 좌석에 앉아도 답답하지 않다. 내부에 사용된 소재는 평범하다. 디스플레이 화면 등도 시원하게 뽑아낸 덕분에 운전에 불편함이 없다. 센터페시아 버튼은 터치식과 아날로그식을 잘 배합했다. 공조장치를 이용하거나 비상등을 켜는 등 대부분 작업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
운전해본 차량은 그랜드 체로키 리미티드-X 가솔린 트림이다. 6기통 3.6 가솔린 엔진이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엔진은 6350rpm에서 최고출력 286마력, 4000rpm에서 최대토크 35.4kg·m의 힘을 발휘한다.
가속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큰 차체를 이끌기에 충분한 힘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중형 SUV를 운전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출발한다. 고속에서 자세도 안정적이다. 커브나 언덕을 만났을 때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가솔린 모델답게 조용했다. 기존 투박한 그랜드 체로키를 상상했던 이들이 크게 놀랄 수준이다. 엔진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내 만족스러웠다. 변속기와 엔진의 궁합이 좋다는 점도 정숙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차답지 않게 나름대로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하는데, 온로드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주행 모드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돋보이는 존재감과 가성비를 앞세워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차다. 넓은 적재공간을 갖춰 실용성도 높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가격은 6290만~824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