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 상법개정안 의견 수렴
다중대표소송-3%룰 강화에...기업들 "잠재적 죄인 취급"
적은 지분으로 기업들 감독 강화..."시민단체에 칼 쥐어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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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정부가 3%룰 폐지 등 그간 기업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들은 외면하고 주주 권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상장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이 수익 창출보다는 경영권 보호에만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각 단체들은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을 세부적으로 살피고 각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들은 각 단체가 개별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할지, 혹은 단체가 공동으로 의견서를 발표할지 등을 두고도 고심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3%룰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한다.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주주들의 권익을 강화하는데만 초점이 맞춰졌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 주주가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제조다. 주주가 상장된 지주사의 지분을 0.01%만 보유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3%룰도 한층 강화됐다. 3%룰은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 대주주의 의결권을 3%만 인정하는 것이다. 주총에서 감사 선임 등 보통결의는 출석주주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 25%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다보니 소액주주의 참여가 저조한 대다수의 기업들은 22%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간 상장사들은 3%룰을 완화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번에도 이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선임 혹은 해임할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을 합해 3%,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일원화했다. 기존에는 3% 의결권 제한 규정에 대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최대주주와 나머지 주주, 2조원 이상 상장사와 나머지 상장사를 이원화해 적용했지만, 이를 최대주주와 일반주주로 통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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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주요 내용. |
정부는 3%룰을 강화하는 동시에 감사선임 결의 요건을 출석주주의 과반수 의결로 완화했다. 기존에는 출석주주 의결권 과반수에 발행주식 4분의 1을 더해야 의결이 가능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업들의 감사 선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5%를 보유한 소액주주 A씨와 1.5%+1주를 가진 B씨가 합하면 3%로 의결권이 제한된 최대주주보다 감사 선임 시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민생경제에 역행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특히 기업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언제든지 말썽을 부릴 수 있는 ’문제아‘로 보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예컨대 정부는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통해 대주주의 사익편취 행위를 방지하고 주주들의 경영감독권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 말에는 대주주가 기업의 경영보다는 사익편취 등을 일삼는 만큼 주주들이 무조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국내 한 상장사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창출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정부는 기업들을 옥죄고 감독하는 것만이 주주가치 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각 협회들도 고민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겉으로는 해외 생산시설을 국내로 들여오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겠다고 천명하면서도 뒤에서는 어떻게든 기업들을 옥죄고 경영 활동을 못하게 하는 방법들을 고심하는데 혈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대한민국의 기초체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 정부는 미래를 위한 투자나 미래를 위한 성장보다는 현재의 분배에만 급급하고 기업들의 어려움은 도외시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제, 3%룰 강화 등은 가뜩이나 반기업적인 시민단체가 적은 지분만으로 마음껏 기업들을 휘두를 수 있도록 칼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