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김아름 기자
"결제 대금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으면 카드사는 비용 부담을 짊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카드사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인트 형식으로 지원했던 긴급재난지원금 정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카드사에 줘야 할 규모는 재난지원금의 95% 정도인 약 9조원 가량이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간 가구가 이달 7일까지 1463만 가구, 9조6095억원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80%, 20%로 분담해 카드사에 해당 금액을 정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이를 알면서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모양새다. 카드 결제에 따른 재난지원금이 정부의 계획대로 정산되면 좋지만, 정산이 지연될 경우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부는 당초 재난지원금 정산을 한 달 사용액 기준으로 매달 지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그 규모가 크다 보니 재원 마련이 힘들다는 이유로 계획을 수정했다. 자연스럽게 그 부담은 카드사로 떠넘겨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엔 일부 지자체가 정부 정산이 끝났는데도 정산 자체를 미루고 있다는 ‘설(設)’까지 떠돌고 있다.
한 차례 정부의 틀어진 계획으로 발을 굴려야 했던 카드사 입장에선 혹시 모를 정산 지연 가능성에 당국 눈치만 볼 뿐이다.
정부를 믿고 선뜻 도움에 나선 카드사들이 그 대가는 받지 못한 채 오락가락 정책에 속앓이만 하고 있는 꼴이다.
무엇이든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정부는 ‘공수표’만 날리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며 생색만 내고 있다. 피해만 고스란히 도움을 준 카드사 몫으로 돌아 가는 것이다. 매번 기업이 정부의 약속을 믿지 못해 염려를 붙잡아야 한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정부 정책의 선뜻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을까.
"긴급재난지원금 서버 구축 등의 비용 전부를 카드사에서 지원했습니다. 민원 역시 카드사 책임이었죠. 기업의 사회적 역할 차 좋은 취지로 나선 것엔 불만은 없어요. 허나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정산마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 카드사 관계자의 한숨 섞인 말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