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꿈의 반도체’에 한발 더…그래핀 신소재 발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6 19:12

화이트 그래핀 파생 소재 ‘비정질 질화붕소’ 발견


삼성전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최근 발견한 신소재 ‘비정질 질화붕소’ 분자 구조.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삼성의 미래 선행기술 연구개발(R&D) 조직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최근 반도체 기술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래핀 신소재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으로 ‘비정질 질화붕소(a-BN)’를 발견했다. 비정질 질화붕소가 전기적 간섭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업계 난제로 거론돼온 반도체 집적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UNIST 공동 연구진이 찾아낸 관련 내용은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UNIST와 공동으로 비정질 질화붕소라는 신소재를 발견했다고 6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발표했다. 비정질 질화붕소는 화이트 그래핀의 파생 소재로, 질소와 붕소 원자로 이뤄져 있으나 정형화돼 있지 않은 분자 구조를 가져 화이트 그래핀과 구분된다.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데이터 저장 성능을 높이기 위해 크기는 줄이면서 용량은 늘리는 미세화 기술로 집적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집적도를 높일수록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반도체 소자가 한계 수준 이하로 작아질수록 회로 간 전기적 간섭 현상 탓에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

업계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차원(2D) 소재에 주목해왔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래핀이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증가할수록 회로 간 선폭이 좁아지면서 전기적 저항이 커지는데, 그래핀의 촘촘한 육각 구조 형태가 저항을 줄이는 가장 얇으면서도 단단한 장벽 역할을 한다.

2D 소재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 수준에서도 도체와 부도체 또는 반도체의 강력한 특성을 가지고, A4 용지(0.1㎜)의 10만분의 1 두께로 매우 얇아 잘 휘어지면서도 단단하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2차원(2D) 소재 R&D 현황
시기 내용
2012년 그래핀 활용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 개발
(사이언스誌 게재)
2014년 ‘세계 최초’ 웨이퍼 위 순수 그래핀 층 형성, 대량 생산 원천 기술 개발
(성균관대와 공동, 사이언스誌 게재)
2017년 그래핀의 규칙적 육각형 격자 구조에서 벗어나 탄소 원자들이 임의 형태로 연결된 비정질 그래핀 구조 개발
(성균관대와 공동, 사이언스 어드밴스誌 게재)
2020년 세계 최저 유전율(1.78)의 신소재, ‘비정질  질화붕소(a-BN)’ 발견
(울산과학기술원(UNIST)와 공동, 네이처誌 게재)
자료=삼성전자

하지만 그래핀을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400도의 저온 환경에서 대면적으로 웨이퍼 위에 바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수년 동안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만들어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기 위한 원천 기술을 연구개발해왔으며, 끊임없는 노력 끝에 비정질 질화붕소를 발견했다.

특히 세계 최저 수준의 유전율(1.78)을 확보했으며, 400도의 저온 환경에서도 소재가 반도체 기판 위에서 큰 면적으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질 질화붕소가 반도체를 소형화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유전체로 활용돼 전기적 간섭을 차단하는 난제를 돌파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 신소재 발견은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이 그래핀을 발견한 이후 16년만으로, 그동안 ‘꿈의 신소재’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던 그래핀 이후 의미 있는 신소재 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꿈의 반도체’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비정질 질화붕소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 전반에 걸쳐 적용할 수 있어 고성능이 요구되는 서버용 메모리에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앞으로도 국내외 대학과의 기술 협력 등 차세대 소재 개발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성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상무는 "최근 2D 소재와 여기서 파생된 신소재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공정에 바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기업의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며 "신소재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공정 적용성을 높여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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