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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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라임자산운용부터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까지 사모펀드에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금융권이 연일 뒤숭숭한 분위기다. 은행은 물론 증권사들 역시 오늘은 어떤 사고가 터질지, 또 그 화살이 어디로 돌아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금융당국, 혹은 판매사를 향해 하루라도 빨리 보상방안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그래도 예금금리가 낮아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시기에 펀드 사고까지 터지니 투자자도, 금융사도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당국 역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한 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만 22개, 그 규모는 5조5600억원에 달한다. 하나를 해결하면 예상치도 못했던 또 다른 곳에서 연일 사고가 터지니 당국 입장에서는 전수조사 말고 다른 방법들을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사모펀드 사고의 원인이 투자자의 책임이 아닌 판매사, 혹은 금융당국의 책임론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만큼 다시 사모펀드에 대한 진입장벽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러나 실제 금융권 실무자들은 사모펀드 규제강화 여부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당국이 모든 운용사를 하나하나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 ‘범죄자’들을 솎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본지에서 신년특집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에서 금융당국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의 종사자들은 ‘규제완화’를 꼽는다. 다시 말해 당국이 5년 전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한 것도 당시 현장에서 사모펀드 규제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당국은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면 금융권 경쟁 촉진은 물론 모험자본 공급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모펀드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판매사, 당국의 ‘자기책임’ 원칙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5년 전에 풀어준 규제를 탓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운용사는 운용의 원칙을, 판매사는 판매사의 원칙을, 투자자는 자기 책임의 원칙을, 금융당국은 당국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 원칙을 어기지 못하는 운용사와 판매사는 바로 시장에서 퇴출하면 된다. 금융사고의 모든 책임을 당국의 탓으로 돌린다면 금융당국 역시 앞으로 규제를 완화하는데 있어서 소극적인 자세가 될 수 밖에 없다. 제2의 사모펀드 사고가 터지지 않으려면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