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의 눈] 한일 수출규제보단 협력이 더 이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09 15:28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핵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들 핵심 소재에 대한 수급 차질은 생각처럼 크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지원과 해당 업체의 공급처 다변화 노력이 어우러지며 우리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중 동진쎄미켐, 솔브레인홀딩스 등은 1년 전보다 주가가 배 이상 뛰었다. 반면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한 고순도불화 수소를 생산하는 스텔라화학, 쇼와덴코 등 일본 기업은 대형 수요처를 잃으며 매출이 줄고 1년 새 주가는 20% 안팎 떨어졌다. 무리한 수출규제 여파로 한국에서 일제 불매운동이 펼쳐지면서 일본산 자동차, 맥주, 골프채, 화장품, 의류 등의 수출은 고꾸라졌다. 급기야 일본의 닛산자동차가 16년 만에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유니클로와 같은 계열의 패션 브랜드 지유(GU)도 조만간 국내 영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6.9% 줄어든 반면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12.9% 감소한 것이 양국의 득실 표를 잘 대변한다. 

우리 정부는 9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했다.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관리 대상 품목을 기존 100개에서 338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차세대 전략 기술 확보를 위해 2022년까지 기술 개발에 5조원 이상 투입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다만 한일 양국이 소재·부품·장비 국제분업체계를 잘 이룰 경우 2018년 기준 양국 제조업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규모가 무려 136조원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양국 간 수출규제를 완화하고 소부장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양국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1년간 일본의 수출규제가 어떤 명분이나 실익도 없다는 것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결국 역사·외교 문제를 경제와 분리 대응해왔던 관례를 깨고 경제 보복 카드로 사용한 일본이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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