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분위기에 3분기에도…정유업계 ‘시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19 11:03

유동성 확보 위해 회사채 발행 총력…상반기에만 2조4천억대
반등 기대했던 정제마진 ‘오락가락’…세금납부까지 몰려 걱정


정제마진

▲3분기 반등을 기대했던 정유업계가 코로나 재확산 분위기에 시름이 많아졌다. 정제마진은 6월 셋째주 플러스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7월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최근 글로벌 경기위축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며 경영난에 빠진 국내 정유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지난 1분기에만 4조4000억원대의 적자를 봤던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어려움을 이겨내고 3분기 흑자로 돌아설 것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에 회사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0일과 오는 20일 두 차례에 걸쳐 지난달 구입한 원유대금을 결제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불해야 하는 결제금액은 한화 기준 약 1600억원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일 회사채를 발행해 시장에서 3000억원을 조달하고, 이중 절반을 원유대금납부에 활용하기로 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날까지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올해 발행한 회사채의 누적 규모는 2조43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정유4사가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금액은 1조9000억원이었다.

회사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 4월 5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후 3100억원을 원유대금 지급에 썼다. GS칼텍스도 지난 2월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약 224억원을 원유도입에 이용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3월 발행한 회사채 6800억원 중 3100억원을 원유대금 지급에 사용했다.

정유사들이 회사채 발행금액으로 원유대금을 납부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올해처럼 정유 4사가 일제히 회사채 발행에 목을 매고 이를 원유대금에 사용하는 일은 드물다. 이는 산유국들의 증산경쟁으로 인한 공급과잉과 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가 겹치며 전례없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위기는 처음 경험해 본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하반기 반등을 기대했지만, 코로나 재확산 조짐에 국내 정유사 대부분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하반기에도 회사채 발행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3주간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6월 셋째주와 넷째주 0.1달러를 기록하며 반등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재유행 우려로 7월 다시 -0.5달러로 제동이 걸렸다. 7월 둘째주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했지만 업계의 우려감은 여전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내 대부분의 주에서 수송원료 수요가 늘며 휘발유 마진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유사들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항공유(등유) 마진이 하락하면서 정제마진 개선 폭을 제한했다"면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미국이나 유럽의 락다운 조치 등이 예상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금 문제도 정유사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를 고려해 일부 세금을 유예해준 바 있다. 정유사들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지만 당장 이달 말 유예됐던 세금을 한꺼번에 물어야 한다. 교통·에너지·환경세(4월분 기준 1조4000억원), 석유수입부과금(4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 2분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해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정제마진이 여전히 수익분기점인 4∼5달러에 한참 못미치는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고 있어 적자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라면서 "코로나 재확산 분위기에 3분기에도 수익성 개선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세금납부를 추가 유예해주거나 분할납부를 허용해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