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주 넥슨 IP 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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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산업군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를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뜻하는 말로,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뜻한다. 이 세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경험한 만큼 디지털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자연스럽게 진짜 삶으로 받아들인다. 가상공간에서 만난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난 친구처럼 동일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게임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일상적인 삶의 일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이전에도 ‘디지털 네이티브’를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은 빈번히 이루어져왔지만, 최근 언택트(Untact) 문화가 대세로 자리매김 하면서 이 세대의 눈도장을 받기 위한 노력은 더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분위기다. 디지털 네이티브와 함께 성장한 게임업계 역시 이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어린이날,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로 구현한 청와대로 어린이들을 초대했다. 코로나19 여파 탓에, 해마다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오던 행사를 비대면으로 대체한 것이다. 청와대에서 이처럼 게임을 전면에 내세워 공식 행사를 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도 게임과 친해지는데 열을 올리는 기류가 강하다. 지난해 구찌는 아케이드 게임 ‘구찌 비’와 ‘구찌 에이스’ 등을 출시했고, 루이비통도 ‘앤드리스 러너’라는 게임을 선보였다. 이는 어려운 조작 없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레트로풍’ 게임들이다. 예술성을 앞세운 광고 영상이나 연예인 화보 대신, 비디오 게임에 착안한 복고 감성의 게임을 내놓은 이유는 역시 디지털 원주민의 관심을 끌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디지털 네이티브와 함께 성장한 게임업계는 최근 어떤 시도를 하고 있을까. 넥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기존 고객에게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넥슨은 지난 5월 1020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 ‘슬로우애시드’와 함께 자사의 인기 게임 ‘카트라이더’를 입힌 의류를 선보였다. 레인보우 색깔로 카트라이더의 메인 캐릭터인 ‘다오’를 수놓은 반팔 티셔츠, 레이싱 트랙 느낌을 살린 후드 티셔츠 등은 온라인 스토어 ‘무신사’를 통해 판매됐고, 이중 일부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제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넥슨이 지난 2015년부터 총 8회에 걸쳐 개최한 네코제(넥슨콘텐츠축제)도 이런 시도의 일환이다. 네코제는 유저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돼 메이플스토리 등 넥슨 게임의 캐릭터·음악·스토리를 활용한 2차 창작물을 교류하는 오프라인 콘텐츠 축제다. 이 행사는 혼자만의 취미에 머무르지 않고, ‘덕질(한 분야에 열성적으로 몰입하는 일)’의 결과를 SNS에 공유하고 직접 상품을 만드는 젊은 층의 트렌드를 일찌감치 반영한 결과다. 지금까지 네코제에 참가한 유저 아티스트 수만 총 1500여 명을 넘어서며, 게임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게임 산업이 새로운 온·오프라인 융합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은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 중 66.7%를 차지한다. 이처럼 게임은 하나의 캐릭터를 다양한 모습으로 재가공해 상품화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대표 산업으로 성장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여러 노력들이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갈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