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모바일·생활가전 ‘삼총사’ 저력 발휘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심한 글로벌 경기 침체를 보인 2020년 상반기.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반도체 실적이 호황 시절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스마트폰 사업은 폴더블폰 등 혁신 제품의 판매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생활가전도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것에 그쳤다. 반도체, 모바일, 생활가전 등 이른바 ‘삼총사’가 글로벌 위기에 강한 면모를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낸 ‘처방전’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반도체 초격차 △스마트폰 혁신 △흔들림 없는 투자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 등이다.
삼성전자 2020년 2분기 사업부문별 실적(단위: 원) | ||||
구분 | 반도체 | 디스플레이 패널(DP) | IM(IT·모바일) | CE(소비자 가전) |
영업이익 | 5조 4300억 | 3000억 | 1조 9500억 | 7300억 |
매출액 | 18조 2300억 | 6조 7200억 | 20조 7500억 | 10조 1700억 |
연결 기준. 자료=삼성전자 |
삼성전자 실적 추이(단위: 원) | ||||||
구분 | 2019년 1분기 | 2019년 2분기 | 2019년 3분기 | 2019년 4분기 | 2020년 1분기 | 2020년 2분기 |
영업이익 | 6조 2300억 | 6조 6000억 | 7조 7800억 | 7조 1600억 | 6조 4500억 | 8조 1463억 |
매출액 | 52조 3900억 | 56조 1300억 | 62조 | 59조 8800억 | 55조 3300억 | 52조 9661억 |
연결 기준. 자료=삼성전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 반도체 초격차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 5조 4300억 원, 매출 18조 23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9.7%, 13.3% 늘어난 수치다. 반도체 ‘초호황(슈퍼 사이클)’ 직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데이터 센터와 PC 수요 증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고객사 수요 일부 회복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지만, 무엇보다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내온 회사 측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역대 최대 용량의 16GB 모바일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이는 풀HD(FHD)급 영화(5GB) 9편 정도의 44GB 용량을 1초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어 3월에는 노트북 수준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스마트폰용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으며, 같은 달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는 서버와 PC, 스마트폰 등에서 데이터 저장 장치로 활용되는 5세대 V 낸드플래시를 양산했다.
또 3월에는 메모리 업계 최초로 D램에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해 양산 체제를 갖췄다. EUV 기술을 적용하면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공정을 줄이면서 정확도를 높여 성능과 수율을 향상시키고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 스마트폰 혁신
지난해 제품 형태(폼 팩터) 혁신으로 폴더블폰을 상용화한 스마트폰 사업도 빛을 발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통신(IM) 사업에서 2분기 영업이익 1조 9500억 원, 매출 20조 75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는 영업이익이 25% 늘고, 매출은 19.7% 줄었다. 수요 감소 영향으로 스마트폰 판매량과 매출이 하락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마케팅비용 절감 등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을 유지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수익성 개선에는 ‘갤럭시 폴드’와 ‘갤럭시Z 플립’ 등 흥행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폰 출시 당시 성공을 의심했던 업계에선 이제 폴더블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폴더블폰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삼성전자는 내달 ‘갤럭시 노트20’(이하 가칭), ‘갤럭시 폴드2’, ‘갤럭시Z플립 5G’ 등 모두 5G 전용 프리미엄 제품으로 하반기 시장 공략에 나선다.
불확실한 업황에도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공격적인 설비 투자도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낸 해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R&D 비용으로 5조 2200억 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 9500억 원과 비교해 5.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는 매출 대비 비중 9.9%로 역대 최대치다.
시설 투자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렸다. 올 2분기 시설 투자 규모는 9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별로 반도체 8조 6000억 원, 디스플레이 8000억 원 수준이다. 상반기 누적 17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 7000억 원보다 59.8%나 급증했다.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에는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았음에도 ‘위기일수록 더 투자’해 위기를 넘겠다는 삼성전자 특유의 뚝심이 위기 속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 JY의 의지
재계 안팎에선 이러한 결과에는 대규모 투자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이 부회장의 의지와 믿음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시무식과 동시에 경기 화성 반도체연구소 방문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모두 13번에 걸쳐 국내외 주요 사업 현장을 찾았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8번이 반도체, 전장부품 등 첨단 기술과 관련된 사업장이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증하던 시기에는 반도체를 집중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실적이 발표된 이날도 충남 온양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등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