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해안침수 발생 잦아져...도시 기반시설 14조달러 피해"
수방시설·온실가스 감축 소홀땐 佛면적 침수
"연안 지역 등 장기적 계획 필요"
▲집중호우로 도로 일부가 유실된 충북 진천군 진천읍 지암리(사진=연합) |
한국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연일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망·실종 등의 인명피해는 26명에서 더 늘지 않고 있지만 이재민이 1500명을 돌파했고 시설피해는 4000여건으로 집계됐다. 비는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장마가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과 연관이 깊다고 보고 있다. 시베리아 지역에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비를 붓는 파생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기후변화로 인해 2100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가 증발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5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대학교의 이안 영(Ian Young)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발표됐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폭풍과 해안 침수의 발생빈도가 잦아져 세계 각국의 도시와 기반시설들이 결국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피해규모는 14조 2000억 달러(약 1경 6879조원)로 추산됐다. 또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침수 사태 중 68%가 폭풍 등으로 인해 유발되고 나머지 32%가 해수면 상승에 따를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들은 "수방대책 시설에 대한 투자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부진할 경우 냉혹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이번 세기 내 침수될 토지 면적은 48%(프랑스 면적과 비슷한 규모), 영향 받을 인구는 52%(약 2억 8700만명), 피해를 입을 기반시설은 46%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 피해 규모는 글로벌 GDP의 2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 교수는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해안 침수의 가능성과 이에 따른 피해 규모를 알아보기 위해 이러한 연구를 진행했다"며 "2100년까지 이러한 현상이 다가올 것이란 것을 이해해 어떻게 대응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해수면이 0.31 센티미터가량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태풍·허리케인 등 폭풍들의 내륙 침투력이 강해져 피해 규모도 더욱 커진다.
그간 파리기후협약(파리협약)에서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세계에 악영향이 초래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연구진의 경고는 더욱 주목할 만 하다. 지난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100년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 폭을 2도 이하, 가능한 한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여름철 북극 해빙이 2050년 전에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해빙이 모두 사라질 경우 어두운 색의 바다가 그대로 햇빛을 흡수한다. 즉 같은 양의 햇빛으로도 해수온도는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 같은 북극 해수온도 변화는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잦은 홍수와 가뭄 등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으로도 직결될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글로벌 해수면 상승량의 변화를 분석했고 침수현상이 심화될 경우 어느 지역이 가장 취약한지 짚어봤다. 그 결과 미국 북동부, 유럽 북서부, 아시아 동남부 그리고 호주 북부 지역에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고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 중 40%가 해안지역에 고밀도로 거주하고 있는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미국에서의 해안 침수 사태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선로 또는 해벽과 같은 해안 보호 구조물의 구축과 보강을 포함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연구팀에 참여한 에부루 키레치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전체가 피해를 받지만 특정 지역에서의 피해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연안 지역의 복원력과 대비력을 높이기 위한 신중한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