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남방, 에너지자원 신시장 뜬다…(상) 현지 진출 현황·전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8.23 13:24
에너지경제신문은 오는 28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신남방&동북아 에너지 자원 비즈니스 대응 전략’을 주제로 제3회 에너지포럼 2020을 개최한다. 이 포럼에 앞서 본지는 신남방지역 에너지자원 협력의 현황과 전망, 향후 과제와 비즈니스성공전략을 조명하는 상·하 두차례 기획시리즈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신남방 정책 주요 대상국.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9일(현지시간)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신남방정책’을 공식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상품교역 중심이었던 관계에서 기술과 문화예술, 인적교류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교통과 에너지, 수자원 관리, 스마트 정보통신 등 아세안 국가에 꼭 필요한 분야에서부터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민간은 문 대통령의 이같은 신남방정책 선언 이후 신남방지역에 대한 교역과 투자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며 신남방정책을 구체화하고 민간 교류 및 협력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민간도 베트남·인도네시아 화력발전 등 신남방지역 발전 및 전력공급 사업 투자 가속화하고 베트남이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원전 사업 참여도 타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비리 의혹 제기 등으로 한 동안 침체됐던 해외 자원개발도 신남방지역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이 인도네시아 니켈광산 투자를 본격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니켈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핵심 재료로서 배터리업체들의 치열한 확보경쟁 대상이 된지 오래다. 금값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스·석유 등을 포함한 자원 개발의 확대는 정부의 에너지 안보, 민간의 신사업 전략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신남방지역에 대한 교류 및 협력 강화의 배경에는 이 지역의 한류 확산·경제 성장·비즈니스 기회 증가 추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글로벌 공조 필요성 등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 등 논란 속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과 그린 뉴딜을을 추진하는 가운데 관련 업체들이 해외 대체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온 점도 신남방지역 에너지자원 협력 활성화의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우리 에너지자원업계가 최근 해외 진출을 늘리는 데는 우리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높아졌다는 자신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한국전력 등이 한국형 원전 수출 사례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을 최근 가동, 관련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증받았다.


◇ 신남방지역, 한국의 확고한 2대 교역 파트너이자 2대 투자 대상국


▲정부의 신남방 정책 추진성과. [자료=정책브리핑]


신남방정책의 핵심 가치는 3P(사람, 상생번영, 평화)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신남방정책 선언 당시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People) 공동체’, 안보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Peace) 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신남방정책의 목표는 인적교류 확대를 통한 경제협력 강화, 더 나아가 안보와 평화를 위한 협력이다. 이런 신남방정책이 대두된 이유는 세계 질서가 대 전환되는 시기이기 때문인데, 경제와 외교의 ‘다변화’가 핵심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에서 목도한 바와 같이 상호연결성이 확장된 글로벌 환경에서는 한 국가의 문제가 해당국가 만의 문제로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도 국제협력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경제 측면에서 신남방지역은 한국의 확고한 2대 교역 파트너이자 2대 투자 대상국으로 자리잡았다. 2018년 한-아세안 상호 교역액이 16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고, 2019년 상반기 한국의 아세안과 인도 수출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웃돌았다. 1위인 중국(24.2%)과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 신남방지역 해외직접투자도 전체 투자 가운데 16.2%(누적액 기준)를 차지해 미국(25.2%)에 이어 2대 투자 대상지로 성장했다. 미-중 통상 분쟁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위험 요인)가 고조되고 국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외 경제의 다변화와 성장동력 확보에 일조한 것이다.

신남방지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9년 10월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실질 타결되고, 한-말레이시아, 한-필리핀 FTA도 타결을 앞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세안 국가들은 기존 주요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은 "2020년 아세안 경제는 유럽,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제한된 코로나19 확산, 정책당국의 적극적 대응,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서비스산업 비중 등을 근거로 다른 경제권에 비해 나은 -2% 전후의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국가별로는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각각 -6%대, -4%대, -3%대, -1%대의 성장률을 예상한 반면, 베트남은 4%대의 플러스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 자료=전경련.


◇ 정부 ‘에너지전환’ 관련 신재생 등 신남방과 협력 활발


이에 정부의 핵심정책인 에너지전환에 있어서도 신남방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신재생, 수소경제, 에너지효율 등을 통한 에너지 전환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에 필수적"이라며 신남방지역 역내 석유·가스 시장의 투명성 제고, 에너지 안보 증대, 청정에너지 보급 확산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산업부는 ‘온실가스감축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미얀마와 라오스에서 한국형 에너지 효율등급 인증사업, 캄보디아에서 탄소제로섬(카본프리 아일랜드) 사업을 각각 벌이고 있다. 최근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대상으로, 에너지 안전관리 법령 체계에 대한 컨설팅, 에너지 설비 안전 진단 등 한국형 에너지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아세안 지역에 적합한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모델 개발과 풍력기술 타당성 조사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인도네시아의 에너지광물자원부 차관과 면담을 갖고 인도네시아 내 에너지 인프라 확충, 인도네시아에 적합한 마이크로그리드 모델 개발 등 양국간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 한전 등, 베트남·印尼 등 석탄화력·원자력 발전 사업 추진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인 베트남과도 올해까지 교역 1000억달러 달성, 소재·부품(상생형 산업협력추진), 에너지 신산업(태양광, 풍력 등) 프로젝트 등에 대한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 협력과 관련해선 ▲태양광발전(롱안성·광빈성), 신재생에너지복합단지(꽝빈성) 등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원만한 진행, 후속 프로젝트 참여 확대, 양국 재생에너지 정책 공유 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실무그룹 구성 합의 ▲ 이미 진행중인 발전 프로젝트(응이손·남딘·뀐랩 등), 석유저장시설, 해상 광구 프로젝트 등 관련 원만한 사업추진 지원방안 논의 ▲ 에너지 안전, 가스, 원전 분야 협력 지속 확대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한국전력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화력발전 시장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김종갑 사장과 쩐 뚜언 아잉 산업통상부 장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발전사업 등 전력사업에 대한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쩐 뚜언 아잉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은 "베트남의 전력수요성장률은 11%로 예상되는데 한전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응이손 발전소 건설사업 외에도 계속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전력산업계가 마주한 ‘에너지전환’과 ‘디지털변환’이라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기회로 삼아, 한전은 전통적 전력 공급자에서 에너지플랫폼 공급자로 한 단계 발전해가고 있다"면서 "베트남 에너지신사업 분야에서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은 세계적 수준의 전력망기술을 활용해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에너지효율관리, 전기차충전, 가상발전소(VPP) 등 베트남에서의 에너지신사업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1200억원 규모의 화력 발전설비를 수주했다. 두산중공업은 인도네시아 전력공사인 PT. PLN과 ‘팔루(Palu)3’ 화력발전소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 목진원 파워서비스 BG장은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6년 그라티 복합화력발전소 전환사업 수주를 비롯해 올해 초 1조 6000억원 규모의 자와(JAWA) 9, 10호기 화력발전소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인도네시아 발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2028년까지 108.4GW로 확대되는 인도네시아 발전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4년 전에 중단한 원자력발전소 도입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에너지연구소의 ‘2021∼2030년 전력 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 따르면 2035년 이후를 내다보고 원전 도입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통해 2040년까지 발전용량을 1000MW로 올리고, 2045년까지 5000MW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베트남 국회는 2016년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일본·러시아와 협력해 베트남 중부 닌투언성에 원전 2기를 도입하는 계획을 중단한다는 정부안을 승인했다. 마스터플랜 수립에 참여 중인 응우옌 마인 히엔 전 에너지연구소 소장은 "베트남 측과 협력하는 한국·일본·러시아 전문가들은 닌투언성 원전 가운데 하나가 기술·안전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면서 원전 도입 프로젝트 재개에 대비해 닌투언성 부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남아에는 아직 상업용 원전이 하나도 없다. 일부 국가들이 원전 건설을 추진했으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단했다. 베트남의 경우 2030년까지 총 14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0년 러시아와 일본에 이어 2013년 한국을 원전 협력 국가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1400㎿급 2기를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베트남 원전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본 조사 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2016년 재정 악화를 들어 원전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동남아 각국에 원전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영 원자력 업체인 중핵집단(中核集團)과 캄보디아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원자력 산업의 평화적 이용 합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 정부는 이처럼 대규모 차관 제공 등을 앞세워 동남아 각국에 원전 건설을 은밀하게 설득하고 있다.

한국도 베트남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2011년 양국 정상회의에서 ‘원전 건설 종합계획’(OJPP)을 승인했고,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때 양국 정상이 원전 협력을 명시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2015년 베트남 원전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본조사와 계약 등을 추진했으나 베트남 정부의 원전 도입 계획 중단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장훈 국제문제 전문 애널리스트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각광받으며 높은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 국가들은 경제 발전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력 공급 확대가 절실해졌으며, 에너지원 확보는 생존의 조건이 돼 가고 있다"며 "각국이 앞으로 동남아 에너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뜨겁게 경쟁할 것이 분명한 만큼 우리나라도 선제적으로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획엔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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