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전, 美 태양광 사업 철수 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02 16:31

국내 탈원전·탈석탄에 해외선 화전투자 막히고 태양광사업 철수까지

업계 "정부, 적자 한전에 정책과제 수행만 요구하면서 전기료 인상엔 소극적"

일각 "정부 뒤치다거리 하느라 허리 휠 지경인데 정부는 여론 눈치만 보며 손놓아"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한전의 태양광발전소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사장 김종갑)이 미국 콜로라도에서 운영중이던 태양광발전 사업을 갑자기 청산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정부의 그린뉴딜 추진과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신재생 발전사업 미국 첫 진출 등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최근 미국 대형 육상풍력발전단지 발전회사 지분인수 방식으로 미국 내 신재생 발전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현재 사면초가 상황에 있다. 국내에서 탈원전·탈석탄으로 기존 사업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고 해외에선 베트남 화력발전사업 투자가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막혀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전력요금 체계 개편도 정치적 고려 등으로 본격적인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막대한 자금투입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한전공대 설립 등 정책 수행 과제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최근 경영실적을 보면 상반기 저유가 덕분에 겨우 흑자를 기록했지만 3년 연속 적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정부 뒤치닥거리하다가 허리가 휠 지경인데 정부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천하태평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여론 눈치만 보며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한전이 이번 콜로라도 태양광발전 사업 철수를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 한계와 탈원전 정책 부담 가중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불만의 목소리를 간접 내비치면서 반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지난달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콜로라도 태양광사업 계약 해지 및 청산을 의결했다. 한전 측은 ‘제대로 면밀하게 경제성을 검토하지 않고 장밋빛 계획으로만 투자한 결과’라며 해당 사업 철수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는 사업 착수 불과 3년만에 경제성을 이유로 철수한 게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한전은 지난 2016년 이 사업 추진을 의결하고, 2017년 4월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 한전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첫 태양광 발전사례로 미국 진출의 현지 기반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주는 한전이 50.1%로 201억원, 국민연금 COPA 펀드 49.9%로 200억원을 출자해 공동투자회사(KEPCO Alamosa)를 설립했고, 설비 유지보수는 한전이 직접 수행했다. 태양광 발전소에 생산된 전력은 콜로라도 전력과 25년 장기판매계약을 통해 전력을 판매, 한전은 이 기간 2억3000만달러(한화 약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이로써 연평균 배당수익 규모를 약 120만 달러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전은 기대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해 해당 사업을 접었다고 설명한다. 발전량이 계획대비 80%~88% 수준에 그치면서 매출이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 수익률도 당초 연평균 7.25%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017년 4.7%, 2018년 0.7%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엔 11억4200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이미 세계 20여개 국에서 화력, 원자력, 송배전, 신재생에너지, 자원개발 등 다양한 해외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전은 해외부문의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27%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전이 이런 청사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번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전이라는 초거대기업이 11억 원 적자가 그렇게 큰 것이지 의문이다. 특히 해외 석탄화력발전이 그린뉴딜에 배치된다며 반대하는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까지 접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손실을 보더라도 미국 내 발전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거점으로 다른 발전소 수출전략의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지난해 1년 손해가 낫다고 바로 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정부나 언론에 태양광 발전의 실체 그리고 탈원전 정책에 대한 한전의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2년간 적자를 기록한 회사에 정책과제 수행만 줄줄이 요구하면서 전기료 인상엔 ‘소극적’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전은 올해 상반기까지 연료비연동제 도입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었으나 코로나19사태로 인해 하반기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개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불투명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반기는 코로나·유가하락 등으로 선방했지만 하반기는 전력판매 부진과 원전가동률 하락 등으로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전이 올해도 연간 적자를 기록하면 3년 연속 적자로 인한 신용도 하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전은 내년 하반기까지 콜로라도 태양광발전 부지 등 잔존자산을 매각하고, 2022년 2분기 법인 청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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