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View] 中 경제회복에 구리 가격↑..."수요 급증땐 톤당 7500달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07 07:59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제조업 회복에 강세

구리 비축량도 8만여톤…5개월새 70%↓

일각선 2011년 수준땐 8000달러도 가능

유럽 신재생분야 등 투자 확대로 수요 늘듯

▲구리가격과 재고량 추이.


실물 경제를 예측하고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자재인 구리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지만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급속도로 빠지는 글로벌 구리 재고를 주목하면서 가격이 더욱 높이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 선물가격은 톤당 6604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1일에는 톤당 6768달러까지 뛰어 오르면서 2018년 6월 중순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구리는 글로벌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원자재다. 구리는 전기, 전자, 건설, 선박, 운송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대표적인 원자재로, 경기 변동에 따른 구리 수요가 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경기가 침체될 경우 건설, 자동차 제조 등의 사업이 중단되고 소비심리도 위축됨으로써 구리에 대한 수요가 줄어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 조짐을 보였던 지난 3월 구리 가격은 장중 한 때 톤당 4371달러까지 하락하면서 2016년 1월 중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경제 정상화에 조금씩 드라이브를 걸면서 구리 가격은 회복세를 보였고, 세계 유일하게 플러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에서 제조업 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구리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이 미국은 -32.9%, 영국은 -20.4%, 인도는 -23.9%를 나타내는 등 세계 주요국의 성장률이 통계를 발표한 이래 최악을 기록했지만 중국만 유일하게 플러스 3.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 8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3.1를 기록하면서 민간 제조업 경기가 약 10년만에 최고치를 내고 있다. 대형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중국 국가통계국 PMI도 51.0을 나타내면서 6개월 연속 확장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가전제품, 스마트폰, 전선 등을 제조하는 공장 가동률이 늘어나면서 중국 생산지수와 신규 주문지수 역시 201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규 수출 역시 올들어 처음으로 확장구간에 진입했다.

이에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구리 선물가격은 5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광물전문매체 마이닝닷컴은 "2009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구리 비축량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LME 구리 재고는 지난 5월 28만 2675톤으로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8만 4650톤을 기록하면서 불과 5개월 만 재고량의 70%가 증발했다. 이는 또한 15년 만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레드 카이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조지 다니엘 펀드매니저는 "중국에서 구리를 쓸어 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뭔가 다르다"며 "마치 구리가 없는 듯한 시기로 진입하고 있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리 주요 생산국가들의 생산량이 감소한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의 국영 광산기업 코델코 7월 생산량은 작년 동기대비 4.4% 줄었다. 세계 2위인 페루에서도 7월 생산량이 전년대비 2.2% 줄었고 지난 상반기에만 무려 20.4% 급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자 정부가 생산활동에 제한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호주뉴질랜드은행(ANZ)는 최근 투자노트를 공개하면서 "광산 공급 차질과 예상보다 강한 중국 경제 회복이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며 "고갈되고 있는 재고량과 공급 문제가 펀더맨털을 상승추세로 유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구리 가격은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니엘 펀드매니저는 구리 가격이 톤당 75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고 씨티그룹은 글로벌 구리 비축량이 과거 2011년 수준까지 떨어질 경우 톤당 8000달러의 구리값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때 당시 구리 가격은 톤당 1만 120달러까지 뛰어오른 바 있다.

구리 수요가 늘면서 재고도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구리를 많이 잡아먹은 분야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유럽 등의 제조업체들이 구리를 끌어 모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ANZ는 "칠레와 페루에서 공급차질 문제가 해소되면서 단기적으로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페루 정부는 "구리 생산활동은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으로부터 거의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금 가격은 상승세가 주춤해진 모양새다. 국제 금값은 지난달 초 사상 최초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는데 최근에는 1900달러 초반대까지 고꾸라진 상황이다. 급등세에 따른 피로감과 차익 실현 매물이 금값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금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의 유젠 와인버그 애널리스트는 "경제 약세와 저금리 기조는 물론 미국과 호주 조폐국에서 금화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는 점이 금값을 장기적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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