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전 신재생 발전사업 참여, 그린뉴딜 디딤돌(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23 18:05

추진배경 : "국민부담 덜면서 경제회복· 에너지전환 선도역할 필요"

▲한국전력 본사 전경.


한국전력(사장 김종갑)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투자 및 운영이 정부의 그린 뉴딜 성과 확대 방안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송갑석 의원이 최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한전도 신재생에너지기획 등을 관할하는 사업총괄본부 산하 조직으로 해상풍력사업단을 신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그러나 민간 발전사 및 학계 일각에선 반대 목소리를 낸다. 한전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의 추진배경과 기대효과를 상·하 두 차례로 나눠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직접 참여를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힘을 보태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등 여권이 앞장서 나선 것도 문재인 정부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 4년차를 맞아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고서는 현 여권의 재집권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성과를 내는데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

길어야 1년이다. 그것도 2022년 초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년 상반기 예정된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전후로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여권이 요즘 코로나19 방역의 어려움 속에서도 방역과 경제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강조하는 있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에서 성과를 높이는 회심의 카드로 내놓은 게 그린뉴딜이다. 그린뉴딜엔 돈도 많이 들어가고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분야가 필요하다. 막대한 자금을 댈 수 있고 그린뉴딜의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 게 한전의 역할이다. 발전과 판매가 분리된 현 전력산업 구조와 민간 발전사의 반발 등에도 한전을 굳이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제한해 발전사업에 참여시키려는 것이다.

여권과 한전은 한전의 대규모 자본으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을 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재무구조 개선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줄여 국민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도 대형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의 참여가 필수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선 2017년 수립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16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신재생 발전설비 78.1기가와트(GW), 발전설비 비중 40%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16.1GW로, 지금과 같은 민간 중심의 1메가와트(MW) 이하 소규모 발전설비 구축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 과제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육성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실증사업은 물론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인프라 구축 등에 있어 한전의 역할론이 대두됐다. 한전 내부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로 국내외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우선 오랜 기간 미뤄졌던 서남해 해상풍력 후속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최근 체결했다. 정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지역주민·사업자가 2.4GW 해상풍력 개발에 협력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전은 대규모 자금 조달로 이같은 프로젝트들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8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하면 자금 조달 역량을 활용해 사업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국가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술력과 자금 조달 역량 등을 활용한 발전 원가 절감으로 한전의 재무 상태가 개선되고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흡수함으로써 주주, 전기소비자 등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사업역량을 쌓아 해외사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장점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참여는 자국 사업을 외국 자본으로부터 보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소규모 사업을 하는 민간 사업체들은 비싼 국내 발전설비보다 기술, 비용면으로 경쟁력 있는 외국 설비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국내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있어서 대다수가 외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전과 민간 기업이 힘을 합쳐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발전 단지를 조성함과 동시에 국산 부품의 사용을 늘린다면 외국 기업과의 견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참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20대 국회에서도 2016년 10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과 2017년 1월 무소속 손금주 의원이 같은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재생 발전이 지나치게 소규모 사업자에 국한돼 있어 시장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고 기술력마저 뒤처지고 있는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에도 정부는 송배전망과 발전 사업을 분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과 불공정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7월 ‘그린 뉴딜’의 첫 현장 행보로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 해상의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정부도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중소 사업자의 사업 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전 사업을 일정 규모 이상만 허용하고, 한전의 REC 거래를 제한해 가격 급등락을 방지하는 등의 조건을 두기로 한 것이다. 회계 중립성과 망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다만 ‘탈원전’ 정책에 반발하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20대 국회에서도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송갑석 의원이 한전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송갑석 의원은 "공기업을 중심으로 해상풍력단지 개발 등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민간 기업이 동참하는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전히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물론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차원에서도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반대도 없지 않다. 송배전 사업자인 한전이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국내에서 발전과 송배전을 분리한 취지에 맞지 않는 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은 2001년 전력 산업구조 개편과 함께 발전과 전력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없게 됐다. 현재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거래소를 통해 사들여 되파는 구조로 돼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통해 제한적인 범위에서 우회적으로 참여해왔다. 업계에서는 송배전 사업자인 한전이 직접 발전 사업까지 참여할 경우 발전산업계가 불공정 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판이 경기를 뛰는 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력시장 내 경쟁 체제가 자리 잡은 상황 속에서 한전의 참여는 더 큰 비효율을 발생시킬 것이므로 오히려 전력시장 내의 경쟁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발전 자회사의 민영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중소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도 최근 전력시장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급락한데 이어 한전까지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자신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신재생발전에 직접 참여하면 공동접속설비, 발전사업단지 등 인프라 구축으로 민간 중소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사업성이 개선된다"며 "민간에서 우려하는 REC 가격 하락, 망 중립성 훼손 등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이를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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