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LCOE, MWh당 38달러 증가속 태양광/육상풍력은 각각 25/14달러↓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비용 하락…원전은 투자 줄며 비용 상승
작년 신재생이 원전발전량 추월…전문가 "원전 경제성 더 떨어질 것"
"비용 큰 폭 하락시킬 수 있는 기술적 혁신 없을땐 찬밥 신세로 전락"
▲신고리 5,6호기 (사진=연합) |
원전이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가장 비싼 발전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 세계가 태양광·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비용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반면 원전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비용 하락이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풀이된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없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력 수단으로 떠올랐지만 이러한 위상마저 실추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0년 세계 원자력 산업현황 보고서’(WNISR)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말까지 세계 원전시장 1위를 차지하는 미국 내 원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메가와트시(MWh)당 117달러에서 155달러로 약 5%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발전소급 태양광 발전 LCOE는 MWh당 65달러에서 40달러로, 육상풍력은 55달러에서 41달러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경제성평가를 위한 지표로 사용되는 LCOE는 초기투자비와 자본비용, 연료비, 운전유지비, 탄소가격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환경오염, 안전비용 등 ‘사회적 비용’까지 모두 포함해 추정한 전력 생산비용을 뜻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에서 주목할 점은 제조, 설치 등의 개선으로 재생에너지 비용은 계속 하락하는 반면 원전산업은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원전이 가장 비싼 발전원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높은 초기자본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원전의 LCOE을 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게 만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원전의 LCOE가 재생에너지에 비해 높은 이유는 전 세계 투자가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쏠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금액은 2015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로 3000억 달러를 돌파한 반면 원전의 경우 투자액이 10분의 1 수준인 310억 달러에 불과했다.
또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대한 투자액은 각각 1310억 달러, 1380억 달러로 추산됐는데 원전에 대한 투자는 개별적으로 봐도 이들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작년에는 약 184 기가와트(GW)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새로 설치됐고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각각 98GW, 59.2GW 늘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설비의 증가량은 고작 2.4GW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원자력 발전소는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7월 1일 기준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408기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중반 대비 9기 가량 줄어든 수치다. 특히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02년과 비교하면 30개 감축된 상황이다. 보고서는 또 "현재 건설 중인 52기의 원자력 발전소 중 최소 33기는 건설이 지연 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작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원전의 발전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원전의 발전량은 2657 테라와트시(TWh)로 집계된 반면 태양광은 724 TWh, 풍력은 1430 TWh, 그리고 바이오매스·지열에너지 등 나머지가 652 TWh를 차지해 총 2806 TWh로 추산됐다.
보고서의 주 저자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원자력 에너지는 발전시장에서 무관심해졌다"고 평가했다. 앤토니 프로가트 공동저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격차는 점점 벌여지고 있다"며 "특히 지난 10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비용은 각각 89%, 70% 줄었지만 원전은 오히려 26% 늘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과 관련 비용이 앞으로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원전의 경제성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 원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됐지만 재생에너지의 성장에 힘입어 에너지저장장치가 대중화돼 원전이 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미국에서 30년 이상 가동되면서 초기자본이 상쇄된 원전조차 새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에 비해 경쟁력에서 뒤쳐진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원전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최소 100명에서 200명 가량의 직원들이 항시 대기해야 함으로써 운용비용이 계속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원전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란 위상이 실추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됐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비용을 큰 폭으로 하락시킬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친기후적인 방식으로 세계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전이 해답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