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이나경 기자] 코로나19사태속에서 가을철 기온 저하와 함께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경우, 인구 1만명 당 진료 실인원을 집계한 결과 2004년 724명에서 2018년 1400명으로 14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꽃가루나 황사, 미세먼지 등 실외 환경 요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 등 청결하지 못한 주거 환경이 그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비염·천식 대표적"
알레르기 반응은 우리 몸이 외부 항원에 대하여 불필요한 면역반응, 즉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인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우리 몸에서 특정 화학 물질을 분비 시키는데, 이러한 화학 물질이 코나 기관지와 같은 호흡기에 작용하는 경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대표적인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이 있다. 먼저 알레르기 비염은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이 주된 증상으로, 전 인구의 20% 정도가 앓고 있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단순한 감기로 오해하기도 하고 생명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업무능력의 저하로 이어지고, 소위 축농증으로 불리는 부비동염이나 중이염, 인두염 등을 비롯해 후각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천식은 폐와 기관지에 발생하는 만성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적 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발생한다. 전세계적으로 소아와 성인 모두에서 흔한 질병으로 우리나라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전 국민의 약 5~10%가 천식 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천식의 주요 증상은 기침과 가래, 숨이 차며 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천식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진단을 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 알레르기 항원 검사로 ‘알레르겐 노출 최소화’ 필요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의심될 경우 신속한 진단검사를 통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을 확인하고 원인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항원 검사로 ‘마스트 알레르기 검사(MAST Allergy Test)’가 있다. 마스트 알레르기 검사는 혈액 채취 한 번으로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호흡기, 식품 알레르기 물질을 비롯한 총 93종의 항원을 한번에 검사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다양한 알레르겐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원인 알레르기 물질을 예측하기 어렵거나 다수의 알레르기 물질에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특히 유용하다.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알레르겐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집 안과 같은 실내 환경에서의 대표적인 알레르겐은 진드기와 곰팡이다. 진드기는 사람 몸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을 먹고 살기 때문에 청소를 깨끗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침구류는 가급적이면 진드기 투과 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며, 일주일에 한 번씩은 60도 정도의 뜨거운 물로 세탁해야 한다. 또 집안을 청소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HEPA필터가 장착된 청소기를 사용하되, 청소 직후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으므로 20분 정도는 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제습기 등을 통해 적정 습도(40~60%)를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에어컨 필터를 자주 세척하고 하루 1~2회 환기를 해 주는 것이 실내 공기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권애린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은 평상시에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더욱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의심증상이 있다면 먼저 의료기관을 방문해 알레르기 원인에 대한 진단을 받고, 해당 물질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nak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