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교체한 범현대家...'수소 경제' 중심으로 다시 뭉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0.26 16:25

현대차그룹-현대중그룹 수소운반선·수소지게차 개발 협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20년간 이렇다 할 왕래가 없었던 범(凡)현대가에서 3세 경영인 체제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변화가 나타나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최근 ‘수소 경제’를 중심으로 손을 맞잡은 것이 그런 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수소경제’ 깃발 아래 손잡는 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그룹

2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해운·운송 기업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과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글로비스는 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과 공동 개발한 2만㎥ 급 상업용 액화수소운반선의 기본 설계 도면이 세계 최초로 한국선급과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기본 인증(AIP))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기본 인증은 선박 개발 초기의 설계 도면이 국내외 공식 인증기관으로부터 안전성과 실효성을 인정받는 절차를 말한다. 선박건조에 필요한 기초 단계를 승인받은 것으로, 향후 이어질 설계 과정에서 기술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선박 인증기관인 한국선급과 해외 선박 등록기관인 라이베리아 기국은 선박 도면 승인 분야의 국제 기준으로 통한다.

수소운반선을 국적 선사와 조선사가 공동 개발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수소 해상운송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해운, 조선사가 협력 시스템을 가동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와 한국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수소운반선 공동 개발을 위한 기본 설계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기술과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역대 운항데이터, 당시 사업 진행 중이던 수소 공급망 관리 플랫폼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게 착수 배경이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협력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기계는 공동으로 수소지게차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수소지게차는 올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년 초 수소규제자유특구에서 실증 사업을 위한 첫 운행을 시작한다. 앞서 현대차·현대모비스 등은 올해 2월 현대건설기계와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 범현대가 ‘왕자의 난’ 앙금 풀고 다시 뭉치나

재계에서는 이 같은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협업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본다. 범현대가 기업들은 1947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만 지난 2000년 2세 경영인들 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다툼이 벌어졌고, 이후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3세 경영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조금 바뀌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부사장 등은 경영권 다툼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3세 경영인이다. 현대그룹의 경우 고(故) 정몽헌 회장의 아내인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다.

향후 세대교체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면 범현대가 기업들이 협력하는 사례가 더욱 늘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구심점은 현대차그룹, 화두는 ‘수소 경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들이 이끌던 한라그룹, HDC그룹, KCC그룹 등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여헌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