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늘의 눈] 빅히트 손실 누구의 책임인가

윤하늘 기자 2020-10-27 08:16:52

금융증권부 윤하늘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이달 1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연일 시끄럽다. 당초 빅히트는 공모주 청약에서 58조4000억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정작 상장 이후 주요 주주들의 매도 공세에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기관과 기타법인의 의무 보호예수 물량이 남아있는 만큼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빅히트만 바라보던 개인투자자들도 불안감에 시달리는 눈치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의 공모 가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밝혀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빅히트 주가가 예상 외로 큰폭으로 하락하자, 급기야 청와대 청원 글까지 등장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향한 것은 그만큼 빅히트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빅히트는 상장 첫날인 15일부터 시초가(27만원)부터 이날까지 30% 가량 하락했다. 첫 날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이끌기도 했지만, 5분 뒤로 이내 하락하더니 매도 물량이 쏠리면서 휘청였다.

공모주를 받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빅히트의 따상이 이뤄질줄 알고, 20만원 중후반에 매수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주요 주주들까지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투자심리 위축에 기름을 부었다. 빅히트 4대 주주인 메인스톤 유한회사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120만769주를 장내 매도했다. 또 메인스톤의 특별관계인 이스톤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도 같은 기간 38만1112주를 팔았다. 총 금액은 3644억원(158만1881주)으로 평균 매도 단가는 23만원 수준이었다.

3대 주주인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도 빅히트 보유 주식 중 19만6177주를 빅히트 상장일에 장내매도 했다. 이들 빅히트 보유 주식 346만2880주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242만4016주는 3개월 의무보유를 확약한 상태다. 이는 다시 말해 아직 나올 빅히트 매도 물량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주요 주주인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 사모투자 합자회사도 지난 15일 19만6177주를 장내 매도한 상태다.

앞으로도 의무보유확약이 끝나 기관투자자의 매물이 대거 풀릴 예정이어서 빅히트의 주가는 향후에도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들의 15일, 1개월 의무보유 물량은 각각 20만5463주, 132만2416주로 총 153만여주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들에 원망을 쏟아낼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 주요 주주의 매도공세는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들도 이를 모를리 없다.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주주들의 자유일 뿐, 이를 빅히트가 말릴 의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빅히트 상장을 계기로 또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빅히트의 주가가 하락한 것을 단순 공모주의 그림자라고 폄훼하기보다는 우리나라 공모주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투자자들은 간판만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을 꼼꼼하게 확인한 후 투자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고심해야 한다. 또 기업들 역시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건전한 투자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공모주 시장에 해 뜰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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