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공기·땅에서 에너지 뽑아내는 기술-지열히트펌프

주요 선진국, 히트펌프로 CO₂ 10% 저감정책 강화에 주력

친환경 냉난방기기의 종착지, 고효율 VRF 히트펌프 시스템 기술

고효율기기는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기후변화대응과 저탄소녹색성장을 창출할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이 중 히트펌프는 에너지절감과 CO₂감축에 상대적으로 빨리 기여할 수 있는 키워드다.
히트펌프 제품군의 세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에코큐트’라는 히트펌프 급탕기를 150만대 보급했다. 히트펌프 급탕기는 기존 급탕기에 비해 3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일본은 기기단위의 지구온난화 대응 시책으로 2010년까지 히트펌프 등 고효율 급탕기 누적대수를 800만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 박성룡 박사는 “일본은 전체 CO₂발생량의 10%를 히트펌프로 절약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귀뜸했다. 유럽연합의회는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 법을 지난해 12월 18일 통과시켰다. ‘유럽전략에너지기술 2020’계획에 따른 CO₂저감에 히트펌프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히트펌프가 왜 CO₂를 저감하나?
히트펌프는 공기 물 땅 등 저온의 열원에서 열을 흡수해 고온의 열을 생산하는 기기다. 전기나 가스 등의 구동 에너지를 조금 이용해 많은 에너지를 열의 형태로 공급한다. 즉 공기 하천수 폐열 등 미활용에너지와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냉난방, 급탕 및 공정용 고급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비연소식 친환경 에너지기기다. 따라서 CO₂저감 효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냉난방이나 급탕을 위해 소요되는 전기 가스 등의 에너지와의 비를 COP로 표시하는데 히트펌프는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 3이상의 값을 가진다는 것.
예를들어 화석연료를 이용한 보일러의 경우 실제사용 에너지가 100이라면 전기를 동력으로 히트펌프 원리를 이용할 경우 25 정도의 에너지만 사용해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히트펌프는 구동형식에 따라 압축식 흡수식 흡착식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중 VRF히트펌프는 실외기 한대에 여러 대의 다양한 실내기를 연결해 최신 공조기술을 집약한 것을 말한다. 고효율 VRF 히트펌프는 친환경냉난방기기로서 히트펌프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집약적 제품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이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업체의 경우 중요 핵심기술 분야는 최고기술과 거의 동등한 수준을 확보했으나 해외시장에서 인지도와 보급 경험이 부족해 국제적 평가기술개발이 숙제로 떠올랐다.

● 고효율 VRF로 세계시장 20%점유,
    국내 CO₂ 3%감축

‘고효율 20마력급 VRF히트펌프 개발 보급·평가기술’이 올해 정부의 에너지기술 중점추진 과제로 채택됐다. 총 6년 동안 ▲ 고효율 20마력급 저온대응 VRF히트펌프시스템 통합기술 ▲저온대응 VRF히트펌프 시스템용 열교환기 ▲VRF 신기술에 대한 국제 호환형 단위 유니트 및 시스템 SPF평가기술 등 3부분을 연구개발한다. 현재 수준 대비 20% 이상의 고효율화와 국내외 기술기준 확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세계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CO₂1500만톤(3%)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부기술을 보면 ‘고효율 20마력급 저온대응 VRF히트펌프 시스템 통합기술’은 저온(영하 15도)에서도 COP 2.6 이상의 고효율 VRF시스템 설계 및 개발을 통한 통합기술과 기술 신뢰성확보를 목표로 한다. 또 ‘저온대응 VRF히트펌프 시스템용 열교환기’는 VRF시스템의 고효율화를 위한 고집적 및 고성능 히트펌프용 열교환기 개발을 통해 저온성능 및 내부식성을 향상시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히트펌프 시스템 기술에 최적으로 접목시킬 예정이다.

● 전세계 미래형 첨단 히트펌프
    기술경쟁 치열

세계적으로 히트펌프 제조사들은 내수시장 확대, 환경친화적 제품개발, 중국 제조사들의 급속한 성장,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 세계시장 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미래형 첨단 히트펌프 기술제품인 VRF시스템 개발과 함께 신규 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한랭지향 VRF시스템은 히트펌프 보급 및 개발의 가장 큰 장애 요소로 알려져 있는 저온에서의 성능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실외온도 영하 10도 이하에서도 충분한 난방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각 요소부품의 성능향상과 사이클 설계기술, 신뢰성 확보를 통한 국가적 에너지절감과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공조분야에서의 고급 기술력 보유로 국제적 경쟁력 확보에 한발 더 다가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곧 첨단 VRF시스템의 기술선점이 세계 공조분야에서의 국가 기술력 확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VRF시스템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일거리 창출 대안 기술이란 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히트펌프분야의 국가자격제도를 도입하면 시공, 설치인력과 다양한 부품 제조업이 결합된 형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기연 박성룡 박사는 “기술개발과 함께 국내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향후 기술력은 물론 국내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관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따라서 “지열히트펌프 외에도 히트펌프를 이용할 수 있는 하수 하천수 등 미활용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또 “고압가스안전가스법, 안전관리자 의무 등도 보급장애요소로 거론되고 있다”며 “규정을 완화하거나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30년 VRF히트펌프시장 120억불 규모 성장
2007년 세계시장 규모는 VRF, 룸에어컨, 칠러 등 히트펌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제품을 포함해 약 615억달러 규모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히트펌프는 대부분 공기열원을 적용하는 공기-공기 방식으로 2005년에 대략 3000만대 시장규모를 형성했다.

히트펌프 전체 시장규모의 70% 이상은 중국과 일본에서 생산된 것으로 패키지에어컨과 룸에너컨의 시장규모는 지난 2005년 미국 에어컨을 포함해 전체 6400만대로 조사됐다

VRF히트펌프는 지난해 47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120억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전 세계시장에서 일본이 약 60%를 점유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이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은 타국과 달리 공조기중 히트펌프 비율이 낮으나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일본은 세계 히트펌프 시장 선두주자로 자국 에어컨디셔너 시장의 95%이상을 히트펌프가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 중국 히트펌프 시장도 각 나라 업체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히트펌프 시장은 2005년 780만대 이상으로 다수가 인버터 모델이며 대개가 분리형 룸에어컨 R410을 적용한 DC인버터 압축기로 구성됐다. 히트펌프는 가정용 상업용 대형마켓 등에 사용되며 최근 가정에 온수를 공급하는 히트펌프가 개발돼 자연냉매를 적용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ㅇ 국내현황

-세계4위 공조시장…히트펌프 비율 10%도 안돼

우리나라는 세계 공조시장 4위 생산국가다. 그러나 히트펌프 비율은 10% 미만으로 매우 낮다. 대부분 인구가 도심 고층 아파트 및 콘도미니움에 거주함에 따라, 설치 공간을 고려한 냉방전용 RAC설치를 선호한다. 현재 히트펌프 기술수준은 소비자가 요구하는 수준을 만족하지 못해 히트펌프 사용을 심리적으로 거부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VRF히트펌프 시장규모는 2005년 58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35% 수준으로 팽창해 성장 잠재력이 높다. 국내시장의 95%를 대기업 제품이 차지하고 있으나 도시바, 다이킨 코리아 등 외국사와의 시장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7년부터 중앙공조와 개별공조 복합을 의미하는 하이브리드 AC개발을 통해 중대형 빌딩시장 등 신규시장을 창출함으로써 VRF 히트펌프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냉동공조 시장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여름철 온도 상승, 가전기기 보급률상승, 대형 냉동공조기기 수요 증가 등에 따라 향후 전망이 매우 낙관적이다.

특히 국내시장을 주도했던 중소형 냉동냉장기기 및 에어컨 시장이 중대형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저가 중국제품에 맞서 시장 경쟁력과 지배력이 높고 수익성이 큰 프리미엄급 제품 등을 집중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히트펌프 기술발달, 친환경 문제, 연료비 상승,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 및 적용범위가 다원화됨에 따라 향후 전체 공조기기 시장에서 히트펌프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층 빌딩과 상업용 건물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며, 가정용 분야에서도 보일러 대체기기로서 시장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