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피크를 잡아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1.12.30 10:43

폭증하는전력수요 현장에서 잡는다

2012년 임진년의 밝은 해가 떠올랐지만 전력당국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연일 계속되는 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방비를 아끼고자 연료비보다 저렴한 전기난방이 늘면서 일어나는 사태다. 더욱이 해가 짧아지는 1월 2∼3째주에는 지금보다 추워진다고 하니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공급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도 없다. 현 상황에서는 수요관리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번과 같은 원전 정지라도 하나 일어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렇기에 발전사들은 발전소 관리에 더욱 총력을 기울이고, 그것이 한전을 비롯한 한수원, 발전사 대표들이 현장으로 내려가는 이유다.


지난해 전력계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다.
연초 발생한 최대전력수요 갱신을 비롯, 9.15 정전사태 등 전력수요의 갑작스러운 증가는 전력계의 구조를 뒤흔들며, 사회적인 이슈로 거듭났다. 이를 막고자 하는 정부의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러한 수요급증을 어느 정도 예상해 발전소의 추가 증설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했다.
하지만 발전소 확충과 관련한 사항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부지확보, 국민들의 반대 등의 문제에 부딪혀 무산되고, 지연됐다. 수요를 대비키 위한 공급력 확보가 늦어진 것이다. 때문에 신규발전소가 준공될 때까지 우리는 전력수급의 문제를 떠안게 됐다.

●電電긍긍…살얼음 수급난
다시 가동되긴 했지만 최근 일어난 잇따른 원전정지 사태는 동계전력수급 상황에 있어 큰 사건이었다. 100MW급 울진 1호기와 95MW급 고리 3호기가 터빈과 발전기 및 원자로 자동정지와 발전기 보호신호로 각각 멈춰 약 200MW급 손실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손실은 쉽게 메울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낮 한때에는 예비율이 8%대까지 진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다행이 정부와 발전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급한 불은 껐다.
정부는 비상전력대책반을 구성하고, 수요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대책마련에 바삐 움직였다.
홍석우 지경부장관은 고리원전 현장을 방문 점검하기도 했다.

홍 장관은 “동계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전력공급에 만전을 기하겠으며, 이를 위해 원전별 발전소 설비 및 운영실태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관리자 소홀로 인한 정지에는 엄중 문책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더 이상의 전력누수를 용납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한전과 원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수원의 대응도 빨랐다.

원전 정지 소식에 한전 김중겸 사장은 긴급 비상수급 대책회의를 개최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책마련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동계 비상수급대책상황실을 가동하고, 상황악화시를 대비해 전국사업소별로 수요관리 약정고객 전담직원 100여명을 긴급히 약정업체에 파견했다. 수요관리와 절전규제를 통해 500만kW의 전력수요를 줄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약정업체의 수요관리 시행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송변전 설비 고장에 따른 모의 복구훈련도 시행했다. 훈련에서 김중겸 사장은 화상으로 전국 사업소의 수요관리 시행을 직접 점검했다.

원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수원은 정지한 원전들의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문제를 일으킨 원전 2기는 정비를 마치고 조속히 재가동됐다. 한수원은 이외에도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월성4호기(70만kW) 및 울진5호기(100만kW)도 가동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동계전력 수급안정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이밖에도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발전6사, 수급안정에 최선
한수원과 발전 5사 대표들 또한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최근 한전 대회의실에서 ‘동절기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 6사 결의대회’를 열어 의지를 확고히 했다. 발전 6사 대표들은 결의대회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소임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경부는 올 겨울에 예비전력이 400만kW이하 상태가 지속되고, 1월 2∼3째주 사이에는 예비전력이 100만kW이하까지 떨어져 전력예비율이 1%에도 못 미치는 등 전력수급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전사들은 이에 맞춰 예비전력이 400만kW이하로 떨어지는 경우에 대비, 전력유관기관과 함께 ‘전력수급상황실’을 운영해 전력수급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 예천양수 2호기 등 발전설비 조기 준공, 여수 1호기 등 노후발전소의 폐지시기 연장, 대용량 화력의 최대출력 운전을 통한 공급확대 등 예비전력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급전대기 중인 발전소에 대해서도 즉시 가동 가능하도록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발전소별로 경영진을 포함한 책임자를 지정해 설비 점검관리를 강화하는 패트롤제를 운영하고, 긴급복구조직을 구성해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등 설비고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부발전 김문덕 사장은 내달 29일까지 시행 중인 동계전력 비상수급기간에 맞춰 전 사업소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뜻이었다.

사업소 현장근무자들을 격려한 김문덕 사장은 “이번 겨울은 전력사정이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어느 해보다도 전력수급의 안정이 중요시 되고 있다”며 “매너리즘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고 고장예방활동 강화, 직무교육 철저, 긴급복구용 정비 자재 확보 등을 통해 설비안정 운전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부발전 남인석 사장도 사업소에 대한 정비를 지난해 모두 마무리하고, 안정적 발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에 나서고 있다.

남인석 사장은 “발전사 최우선 책무는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설비 안정성을 높여 고장 없이 지속가능한 전력공급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발전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전력 안정 공급을 위해 전 발전소를 고장 없이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중부발전은 전력수급대책기간 동안 모든 발전소를 가동해 부하를 최대한 분산하고 있다. 또 에너지 절약 및 고효율 전기기기 사용으로 발전소 내 소비전력을 3∼4%가량 절감키도 했다.

취임 때부터 최우선 경영방침을 ‘전력공급 안정’을 꼽은 남부발전 이상호 사장도 전력수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사장은 “올 겨울을 비롯해 향후 3년간 전력수급 상황은 역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수급 대책안으로 이 사장은 “예측진단시스템을 도입하고 동계피크에 대비해 최대출력을 확보하며, 발전소내 전력 절감 추진 등의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 재발 방지 각오
남호기 이사장에게 이번 동계전력피크는 그의 43년 전력인생을 또 한 번 시험하는 무대다.
1968년 한전 입사 후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장과 남부발전 사장을 거치는 등 그는 43년 동안 전력분야에 매진했다. 9.15 정전사태 이후 부담스런 자리가 돼 버린 전력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수락한 것도 전력인으로의 책임을 통감해서다. 매일 아침 중앙급전소를 둘러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남 이사장은 부임과 함께 동계피크 대비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그의 각오는 중앙급전소 벽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중앙급전소 벽면에는 ‘365-1=0’이라는 수상한 공식이 써 있다. 말도 안되는 공식이지만, “1년 365일 중 하루라도 전력이 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을 새기고자 썼다”는 그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된다.
남 이사장은 9.15 정전사태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겪지 않겠다는 의지로 계통운영 능력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력계통 운영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였다.

최근에는 전력거래소 제주지사를 방문해 제주지역 동계 전력수급 상황을 특별점검했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는 올 겨울 최대전력수요를 작년대비 6.5% 상승한 64만5000kW로 전망하고, 82만5000kW 공급력을 확보한 상태라 전력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기난방기 사용급증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낙관할 수만은 없다. 섬 지역 특성상 육지로부터 전력공급을 받지 못할 경우 제주계통의 예비전력은 3만kW에 불과해 전력수급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 이사장은 “전력공급이 원활히 되도록 비상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특히, 개인별 임무와 역할을 숙지해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동계수급기간 중 전력설비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점검과 유지관리에 각별한 노력으로 올 겨울철 안정적인 전력수급 상황을 유지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밖에도 남 이사장은 “전력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럴수록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절전”이라고 국민적 동참도 당부했다.


● 전력거래소, 전력피크 가상 훈련
정전, 두 번은 없다

비상상황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
실제 같은 상황 연출 대응조치로
동계피크 원천 봉쇄 구슬땀


비상상황실.
갑작스런 전력수요의 급증으로 상황실내가 분주해진다.
“실장님 양양, 산청, 무주양수 상부저수지 저장물량 감소로 공급능력이 감소했습니다.”
“전력수요가 늘어나 예비율이 주의단계로 내려갔습니다.”
여기저기 문제 발생의 소리가 나온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전력수요가 급증해 어느새 예비율이 주의단계를 가르키고 있다.

“그럼 어서 지경부 전력산업과에 수급경보 ‘주의단계’ 내용을 통보하세요. 그리고 경보내용을 팩스로 송부하는 것 잊지 말구요. 상황실 근무자 여러분 현 시간부로 수급경보 ‘주의단계’를 발령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비상상황실장의 지시에 따라 상황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정부기관과 전력그룹사에 수급경보 ‘주의단계’를 핫라인(긴급 비상용으로 쓰는 직통전화)과 팩스를 통해 통보하세요. 또 문자 및 음성메시지로 정부와 전력그룹사에 수급경보를 동시에 발송하시구요.”
“실시간지원팀은 한전에 ‘배전전압 5% 하향 조정’과 ‘직접부하 제어’ 시행을 중앙급전소를 통해 지시하세요. 계통안정팀은 한전에 ‘송변전설비 휴전작업 중지’를 지시하시구요. 수급대책팀은 ‘비중앙발전기 가동’을 지시하고, ‘전력시장처’를 통해 시행여부를 확인하세요.”

각 부서별 임무도 신속하게 떨어진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기 때문이다. 9.15 정전사태때 신속히 대응해 큰 사고는 미연에 방지했지만, ‘계통운영능력 부족’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상황실 직원들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없다’는 각오로 상황에 임한다.

“실시간지원팀은 전력수요가 계속 증가하니 발전회사에 전체 발전기를 최대용량으로의 운전토록 지시하세요. 계통안정팀은 현재 송전선로에 과부하 개소가 없는지 검토하고 보고하세요.”
공급력 확보를 위한 발전소 협조 요청도 내려졌다. 상황실장의 정확한 지휘 아래 상황실 직원들은 바삐 손과 발을 움직였다.
“실장님 원전 정지 소식입니다”
영광원자력 1, 3호기가 고장으로 정지됐다. 200만kW의 전력누수 발생이다. 전력수급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

“수급경보 ‘심각단계’를 발령합니다”
예비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상황실장은 심각단계를 발령한다. 지경부와 전력그룹사에 심각단계 내용을 통보와 핫라인, 팩스 전송도 잊지 않고 지시한다.

“실시간지원팀은 경계단계의 조치인 발전소의 ‘순환수펌프, 탈황설비, 석탄하역 설비 정지 등으로 소내부하 절감’시행을 석탄화력 발전소에 지시하세요. 수급대책팀은 긴급 자율절전 시행을 한전에 지시하시구요.”
“네. 실장님. 조치하겠습니다.”
발빠른 대응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만이 남았다.
실장은 긴급부하조정 지시를 내린다.

“상황실 근무자 여러분 공급능력 증대를 위한 노력 및 소비절감을 시행해도 예비전력이 100만kW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긴급부하조정에 들어갑니다. 실시간지원팀은 한전에 ‘간급부하조정 50만kW 시행’을 지시하시고, 계통안정팀은 수도권 융통전력이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지 검토하세요.”
전력거래소가 이처럼 실제와 다름 없는 훈련으로 동계피크 대비에 나서고 있다. 철저한 시뮬레이션으로 어떤 상황이든 신속히 대응키 위해서다. 더욱이 지경부는 올 겨울 전력수급 상황을 최악으로 전망했다. 특히 1월 2∼3째주 사이에는 예비전력이 100만kW이하까지 떨어져 전력예비율이 1%에도 못 미치는 등 전력수급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중앙급전소 직원들은 최대 위기로 예상되는 동계전력수급기간을 앞두고 정전 사태 재발은 없다는 각오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과하지 않은 훈련이냐는 주변 평가에도 굴하지 않는다. 정전사태를 사전에 예비하고, 대응키 위해선 철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안 그래도 바쁜 중앙급전소다. 국가 전력수급을 총괄하는 최일선 현장이기 때문이다.
중앙급전소 직원들은 전력 사용현황에 따라 발전소 가동 및 중지 명령을 신속히 내리기 위해 발전에서 송전, 설비공사 상황까지 모두 다 체크한다. 이들이 보는 건 단순한 대형모니터가 아니다. 이들은 모니터를 통해 국내 모든 발전소 가동현황과 154㎸ 이상 주요 송전망 연결 상태를 확인한다. 30여명 밖에 안되는 근무인원들은 6인 5개조로 나뉘어 국가 전체 전력상황을 모니터링한다. 모니터를 주시하는 직원들의 눈빛 속에 동계피크를 철저히 대비하려는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조종만 중앙급전소장은 “올 겨울 전력피크에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며 “준비한 만큼의 성과를 통해 9·15와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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