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유소 매출 타격, 정유사에 공급가 인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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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당 120원을 깎아주는 알뜰주유소 전용 신용카드가 3월 중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주유업계 내 갈등 심화가 예상된다.
지식경제부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석유제품과 공산품 가격안정방안’을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지경부는 1분기 중 일반 신용카드 할인폭의 2배 수준인 리터당 120원을 할인해 주는 알뜰주유소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월 20만원 주유한다고 가정했을 때 1만4000원이 절약된다.
리터당 120원 할인, 카드사가 전액 부담
석유제품 공동구매, 셀프주유 및 사은품 폐지로 비용을 줄여 일반 시중가보다 리터당 100원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점이 특징인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간 형평성 문제로 출발 초기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실제 지난 12월29일 경기도 용인시 마평에 문을 연 경동 알뜰주유소 1호점 판매가격은 출범당일 휘발유가 리터당 1843원, 경유는 1694원으로 다른 지역보다 평균 100원 정도가 싸다.
이런데다 알뜰주유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할인 신용카드까지 나오면 일반 주유소와 가격격차는 더 벌어져 업계 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기름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줄기차게 추진해 온 알뜰주유소는 기름공급자 선정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는 등 첫 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3월 초로 장담한 카드발급 또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카드사 수익 악화를 우려한 금융감독원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5%. 리터당 120원을 할인해 주면 할인율이 5%가 넘어간다. 120원 할인을 해 주어도 카드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수익구조를 금감원에 납득시켜야 하는 카드사로선 입장이 난처한 지경이다.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지경부와 협의중이었던 농협카드는 막바지 단계까지 갔다가 결국 전용카드 출시를 포기했다. 10일 현재 지경부와 협의중인 은행 중 우리은행이 카드출시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유소 타격 최대 50원까지 인하
시중가보다 100원 싼 알뜰주유소를 만들어 인근 주유소와 가격경쟁을 촉진시켜 전체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보자는 정부의 의도는 적중했다.
알뜰주유소 1호점 출범 이후 10여일이 경과한 10일 현재 알뜰주유소 주변에 위치한 주유소들이 리터당 20원에서 최대 50원까지 일제히 가격을 낮췄다. 알뜰 전용 할인카드까지 출시되면 크게 가격할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소비자들도 알뜰주유소를 찾을 것으로 예상돼 인근 주유소들은 전격적인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알뜰 1호점이 위치한 용인시 처인구는 본래 기름값이 싼 지역으로 알뜰주유소 판매가격과 다른 주유소의 가격차이는 40~50원 정도다. 셀프주유하는 번거로움과 휴지·생수 등 사은품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주유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해 일부러 알뜰주유소를 찾지 않는다는 소비자들도 많다. 게다가 카드할인 및 적립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알뜰 전용할인 카드가 나오면 판도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기존 가격이 리터당 50원 정도 저렴하다고 해도 할인폭이 일반 신용카드사(리터당 60원)보다 2배나 높은 신용카드가 나오면 가격인하 효과는 리터당 최소 170원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는 200원에 이른다.
할인카드 출시 전인 현재도 인근 주유소는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1호점 주변의 A주유소 업주는 “알뜰주유소 출범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B주유소도 “알뜰주유소 개점 열흘만에 매출이 40% 줄었고 단골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하게는 매출이 70%까지 감소해 문을 닫을 형편에 놓인 주유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주유소들은 한결같이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할인카드가 출시되면 실제로 문을 닫는 주유소도 나올 수 있다. 거리제한이 없어진 후 수가 늘어나 과당경쟁에 운영난을 호소해오던 주유업계는 업주들의 생계유지와 관계없이 정부의 판단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영주유소들, 정유사에 공급가 인하 요구
알뜰주유소로 인한 파장은 정유사에도 미치고 있다. 주유소들이 정유사에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기름공급 업체로 선정된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자영주유소들로부터 알뜰주유소와 동등한 조건의 공급가 책정을 요구받았다. 특히 입찰불참을 선언했다가 입장을 바꾼 현대오일뱅크는 번복 배경에 대한 설명과 사과를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부족을 이유로 일찍이 1차 입찰에서 불참을 선언했던 현대오일뱅크는 알뜰주유소 공급가와 주유소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설명해 자영주유소협의회 관계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자영주유소협의회와 현대오일뱅크는 3개월에 한 번씩 간담회를 열어 알뜰주유소 주변 주유소에 영업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보상책 강구 등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자영주유소 업주들이 알뜰주유소로 인한 과당경쟁 피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본사측 접촉에 실패한 GS칼텍스 자영주유소 사업자들은 16일 회의를 열어 항의 방문 일정등을 다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출시, 카드사 전액부담이 발목 잡을까
농협은 전용 할인카드 출시와 관련한 지경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는 농협카드와 3월 초 출시 및 할인금액 전액 카드사 부담으로 협의를 막바지 단계까지 끌고 갔지만 금감원은 관련 지침을 들어 이를 제지했다.
2007년 금감원은 주유할인을 리터당 최대 60원으로 제한하라는 지침을 만들었다. 당시 과당경쟁 조짐이 보여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될 것을 우려해서다. 이번에도 할인금액을 카드사가 떠안을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2007년 지침이 유효하다고 맞섰던 것이다.
농협에 따르면 주유소 가맹점 수수료는 1.5%. 리터당 120원을 할인해 주면 할인율이 5%가 넘어간다. 농협카드사측은 120원 할인을 해 줘도 카드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감원에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주유전용카드가 주유 부문에서 발생한 손해를 다른 부문에서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어느 은행 카드가 출시되든 할인액 보전을 위해 고객정보 판매 등의 불법행위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가 업계의 줄기찬 반대에도 출범한 것을 보면 전용할인카드 역시 출시될 전망이다.
지경부 정재훈 에너지자원 실장은 지난해 12월 알뜰주유소 1호점 출범식에서 “내년 1분기 중 전용할인카드 출시를 목표로 은행권과 협의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실장에 따르면 현재 전국 알뜰주유소 전환 희망 주유소는 90개이며 이 중 서울은 10여개로 2월중 서울에 알뜰주유소가 설립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