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한전의 탄생
1887년부터 시작한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일제가 통치했던 36년 동안은 조선총독부가 관할했다. 대부분 내연력을 이용한 발전회사가 생겨나면서 소규모 배전회사가 난립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후 해방과 전쟁의 소용돌이를 건너 남북이 나눠진 상태에서 각각 경제의 산업의 동력인 전력산업의 체계를 잡느라 안간힘을 썼다. |
혁명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전력설비는 불과 20만kW였고 하나의 발전회사인 조선전업과 두 개의 배전회사 경성전기 남선전기로 운영됐다.
그러나 발전설비 건설에 소요된 방대한 자금을 원조에 의존했던 당시의 재정과 행정 부재 그리고 경영부실이 원인이 되어 거의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때 불거져 나온 것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이다.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 등 전기 3사 통합을 놓고 여러 가지 개편론들이 꼬리를 물었다. 순수 민영화론, 배전회사 민영화론, 발전 및 배전회사 국영론, 배전회사 지역별 운영론 발전 및 배전회사 통합론, 전원개발사업체 신설론, 민영전기사업체 공인론 등이 그것이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전기 3사 민영화론이었다.
이 안은 관영에서 오는 비능률을 배제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배전사업의 일원화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었다. 또 한 가지 안 중 가장 유력하게 대두된 것은 전기 3사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것이었다. 전기 3사 분리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높은 생산원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 및 배전사업의 일원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다.
자유당 정부는 1953년 7월 1일 전기사업임시조사위원회를 열어 기존 전기 3사를 통합해 대한전력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통합요강을 결정하고 전기사업통합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의결한 대한전력공사법안은 국회를 비롯한 각계의 논란에 부딪히면서 더 이상의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 후 민주당 정부가 들어와 1960년 11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전기 3사를 통합해 국영화하고 운수사업만 분리 운영한다는 원칙을 의결했다. 1961년 3월 국무회의에서 한국전력주식회사법안을 의결, 민의원에 회부해 상공분과위원회에서 이를 가결하는 등 법적인 후속 절차를 밟던 중 갑작스럽게 5·16이 터져 다시 중단으나 혁명 정부의 강력한 전력전책에 의해 급진전됐다. 1961년 상공부에 전기 3사 통합설립준비위원회가 설치되고, 그 후 6월 21일까지 10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한국전력주식회사법안을 성안했다.
작업은 예상 외로 빨리 진행됐다. 6월 23일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한국전력주식회사법안을 의결 공포함으로써 마침내 전기 3사 통합이 확정되고 한국전력주식회사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다음 날인 6월 24일 3사 합병계약당사자인 전기 3사 사장이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6월 26일에는 각각 주주총회를 열어 해산 결의를 했다. 뒤이어 1961년 6월 28일 경성전기 회의실에서 한국전력주식회사 창립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설립 보고에 이어 정관을 의결하고 임원을 선출함으로써 법원 설립등기를 마쳤다.
이어 송요찬 내각 수반이 사장에 박영준, 부사장에 성낙은씨를 각각 임명했다. 초대 한전 사장으로 임명된 박영준 씨는 육군소장으로 9사단장을 맡고 있다가 63년 전역해 민간인 신분으로 초창기 한전을 이끌었다. 이로써 전기 3사는 1961년 6월 30일을 기해 해산됐으며, 조선전업 360만주 경성전기 1960여만주 남선전기 2166만여주의 비례로 병합해 주주 978명 총자본금 38억원으로 한국전력주식회사가 탄생했다.
전기 3사 통합설립준비위원회가 설립된 지 20여일 만에 모든 법적 절차를 일사천리로 끝내고 전기 3사를 통합해 1961년 7월 1일 역사적인 한국전력주식회사의 창립이 이뤄져 서울 서대문구 남대문로 2가 5번지 옛 경성전기 사옥에서 현판식을 가졌고, 7월 18일 본사 강당에서 회사 창립 기념식을 거행했다.
기념식에는 윤보선 대통령을 비롯해 송요찬 내각수반, 버거 주한미국대사 등 많은 내외귀빈들이 참석해 한전의 출범을 축하했다. 한전 창립 당시 우리나라의 발전설비용량은 36만여kW였고 출력용량은 32만여kW에 불과해 43만kW를 상회하는 전력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발을 내딛은 한전은 52년만에 총자산 146조원 인력 1만9000여명 매출액 49조4000억원의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자료제공=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