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정치는 허업, 대통령 하면 뭐하나 다 거품인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02.23 22:30

▲23일 고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는 김종필 전 총리.

[에너지경제 안병용 기자] 김종필 전 총리가 부인 고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서 그동안 한국 정치사의 중심에서 겪은 소회를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23일 김 전 총리는 "정치는 키워서 가꾸지만 열매가 있으면 국민들이 나눠갖지 자기한테 오는 게 없다""정치인 자신에서 보면 허업이지 뭐. 텅텅 빈 허업. 죽을 때는 한탄하며 죽는거여"라고 회고했다.

김 전 총리는 이어 "내가 우스갯소리 좀 할까"라며 "인간이 어떻게 하면 성공한 사람이라는 지칭을 받느냐, 미운 사람 다 죽는 걸 확인하고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있다 편안하게 숨 거두는 사람이 승자야"라며 엄지손가락을 올려보여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김 전 총리는 이어 "대통령 하면 뭐 합니까. 다 거품 같은 거지"라며 "책임 안 지고 대통령 중심제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랬다가 정계에서 쫓겨났잖아"라며 다시금 '내각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조문 뒤 "참 오랫동안 병고에 고생하셨고 떠나셨지만 그동안 돌보시느라고 김총리께서 고생 많으셨다고, 건강에 앞으로 유념하시도록 그렇게 말씀드렸다""이 전 총재는 "JP와는 정치에서 만나고 여러 가지 (인연 등이) 있었지만, 정치라는 것은 지나면 다 남가일몽이지"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사모님을 많이 사랑하셔서 두 분 금실 좋은 거 세상이 다 안다"고 위로하자 "사랑이 뭔지 모르고 지냈는데 부인이 저 세상으로 가니까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된다. 아직도 내 곁에 있는 것 같고 방을 들여다 볼 때면 지금이라도 부인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사모님도 총재님이 지켜주셔서 행복하셨을 것"이라고 하자 "내가 먼저 가야 울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을 텐데 반대로 내가 울고 있다. 죽은 다음에는 아무 소용이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이어 "생전에 잘못해준 게 전부 후회가 된다""묻고 돌아와서 그 사람이 쓰던 방을 들여다볼 때 정말 슬플 것 같다. 부인들 잘 쓰다듬어줘라. 억만금이 있으면 뭐해, 아무 소용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 박영옥 여사 빈소에는 이수성·고건·이현재·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김재순·박관용·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정동영·김부겸 전 의원, 김정례 전 복지부장관 등이 조문했다.

선준영 전 유엔대표부대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오웅진 신부, 가수 하춘화, 탤런트 강부자 등 각계 인사들도 빈소를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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