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0건, 143억달러 규모…올해 더욱 가속화
다가올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앞두고 구글과 퀄컴, 인텔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업과 기술을 사들이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롭게 조직을 추려 개발하기 보다는 M&A를 통해 ‘속도’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스마트싱스에 이어 최근 모바일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하는 등 플랫폼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10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및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IoT 관련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M&A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451리서치는 지난해 IoT 부문 업체 간 M&A 거래가 60여건, 143억 달러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2013년) 19건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고 인수금액은 전년대비 8배에 달하는 수치다.
IoT 분야 M&A 건수는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 2010년 12건을 시작으로 2011년 17건, 2012년 14건, 2013년 19건으로 늘어났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 중 하나는 구글이다.
지난해 1월 온도조절장치 제조기업 네스트랩스를 32억달러에 인수한 구글은 불과 5개월 뒤인 6월에는 인터넷 감시 카메라 업체인 드롭캠을 5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또한 최근 모바일 결제업체 소프트카드 인수를 발표하면서 플랫폼 분야 강화에도 나섰다.
인텔은 지난해 3월 피트니스 밴드 및 스마트워치 스타트업인 베이직사이언스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웨어러블 기기 칩 공급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달 광대역 브로드밴드 네트워크와 칩 등을 제조하는 독일의 란틱 인수에 최종 합의했다.
퀄컴은 지난해 7월 무선 칩셋 제조사 월로시티를, 10월에는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반도체 기업 CSR를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주요 ICT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듯이 삼성전자도 IoT 분야 M&A 대열에 동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미국의 개방형 플랫폼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하며 가전제품 원격 제어기술을 확보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비접촉 검진 기술과 관련 센서로 알려진 헬스케어 분야 IoT 스타트업인 이스라엘의 얼리센스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1월 IoT 관련 신규 조직을 만들어 관련 기업 조사 및 전략을 맡긴 만큼 IoT 시장에서 더욱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구글, 인텔, 퀄컴 등 글로벌 거인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IoT가 미래 성장동력이자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보유 중인 막대한 현금 자산을 무기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주요 글로벌 ICT 기업의 현금 자산 보유 규모는 애플이 159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 830억달러, 구글 575억달러, 삼성전자 516억달러, 시스코 471억달러, 인텔 202억달러, 퀄컴 173억달러 등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IoT 분야 M&A 열풍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보화진흥원 측은 제2의 닷컴 열풍에 힘입어 충분한 자금이 ICT 기업에 투자되고 이를 바탕으로 활발한 M&A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같은 전 세계 흐름과 달리 국내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 외에는 IoT 분야 M&A 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이 거의 없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IoT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M&A가 필요하고 정부 역시 규제 완화 등으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진흥센터 관계자는 "기업들은 칩이나 센서 등 핵심 부품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첨단기술과 전문인력을 보유한 해외기업에 대한 M&A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기업 간 지분투자와 전략적 제휴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절차 개선 등의 인프라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