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03.19 08:55

전의찬 (세종대 대학원장, 세종대학교 기후변화센터장)

▲전의찬 (세종대 대학원장, 세종대학교 기후변화센터장)

참혹한 한국전쟁이 끝나고 7년 후인 1960년 우리나라의 GDP는 2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50여년이 경과한 2012년 우리나라의 GDP는 1960년의 500배가 넘는 1130억 달러로 성장했다. 세계는 독일이 이룬 ‘라인강의 기적’보다 대한민국이 이룬 ‘한강의 기적’을 더 높이 평가했다. 이것은 1960년대 초반부터 정부차원에서 일관되게 경제성장을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최근 히트한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았지만 우리 아버지와 형님들이 독일에서, 월남에서, 사우디에서 피땀 흘린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제개발 일변도의 정책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산업 생산의 상징이던 검은 연기는 80년대 초반 심각한 공해병으로 온산 주민들을 괴롭혔으며, 공장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로 여수산단은 한시적이지만 ‘죽음의 땅’으로 불리기도 했다. 오로지 경제성장만을 보고 달려온 결과이고, 그래서 우리는 환경이 대단히 소중한 자원이고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환경훼손에 대한 반대로 2년간 공사가 지연되었던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터널 공사는 수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초래했고 이것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됐다. 사업의 필요성과 성장에 대한 욕구가 상존하는 현실에서 환경보전만 고집하는 것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또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대에서 사회의 안정과 통합 또한 중요하다. 즉 경제와 환경 그리고 사회 균형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은 1972년 유엔인간환경회의를 통하여 처음 국제적으로 제시됐고, 그 후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ESSD)로 구체화됐다. 모든 국가들이 생태계의 자생능력과 폐기물 처리능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과, 환경적으로 건전한 개발전략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2년 개최된 리우회의에서 유엔지속가능발전위원회 설립이 결정됐다. 2000년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새천년개발계획을 발표하였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2012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녹색경제를 지향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도 1992년 ‘리우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의제21 국가실천계획을 수립했고, 2000년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립했다. 각 지자체에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환경위원회’, ‘녹색위원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방차원의 ‘지속가능발전’ 추진기구가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전국 246개 지자체 중 90%가 넘는 216개 지자체에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차원의 지속가능발전계획과 위원회가 있고, 거의 모든 지자체에 추진기구가 있는데 과연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인지 추진기구들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일이 제대로 안되고 흔들릴 때는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발전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태동 경위와 개념에 대한 정립과 공유가 필요하다. 현재는 이를 추진하는 지자체의 담당자들조차 역사적 발전과정은 물론이고 그 개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진기구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 전담인력이 없는 지자체도 상당수 있으며, 일부는 비상근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한두 곳을 제외하면 추진기구의 연간 예산이 수 천만원 적으면 수 백만원에 불과하다. 병사도 없고 실탄도 없이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지속가능발전은 국민과 기업이 참여해야 하지만 결국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정부와 지자체가 주체이다. 국가차원에서 지속가능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인적자원과 예산을 배분해야 하며 지자체에서 지속가능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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