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전지 주문에 생산라인 증설 … 실적없는 ESS 개발팀 폐지
▲SK이노베이션 서산 전기차용 전지 공장이 한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한다. 대신 에너지저장장치 사업부는 규모가 축소된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의 서산공장 전경 <사진=SK> |
[에너지경제 안희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용 전지사업은 확대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은 축소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사업다각화와 산업생태계 조성이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기존 ESS사업개발팀을 폐지하는 대신 서산공장의 전기차용 전지 생산라인을 한 개를 증설했다. 전지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배터리사업혁신TF’를 설치하고 팀장을 선임했다. ESS 사업에선 실적이 거의 없지만 전기차용 전지는 현대기아자동차와 북경자동차 등에서 선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증설된 서산공장 자동차용 전지생산라인은 올해 상반기 증설을 완료해 현재 시험가동을 하고 있는 상태로, 금명간 본격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공장은 2개 라인에 2500억원이 투자돼 2012년 9월 완공됐다.
SK이노베이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올해 목표인 만큼 조직개편과 핵심역량 구축 차원에서 사업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차원"이라며 "기존 에너지저장장치 관련 사업부서의 조직규모와 인원이 축소된 것이지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 철폐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SK이노베이션의 자충수라는 해석과 산업부가 에너지저장장치 산업생태계 조성에 실패한 결과라는 두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충수라는 해석은 삼성SDI나 LG화학과 달리 IT용 소형 전지 사업의 수익기반 없이 전기차용과 에너지저장장치용 전지 사업에 뛰어든 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의미다.
전기차용과 에너지저장장치용 전지 사업을 업계에선 ‘중대형 전지’라고 부르는데 삼성SDI와 LG화학의 중대형 전지 작년 매출이 각각 3000억원, 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대형 전지 사업 수익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 사업부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스마트폰 등 IT용 소형 전지 사업부에서 수익을 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소형 IT용 전지 사업이 없는 SK이노베이션이 중대형 전지 사업의 수익이 악화되자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두 번째 해석은 산업부가 에너지저장장치 산업생태계 조성에 실패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이 한전을 중심으로 펼쳐질 뿐 소비시장이 진작되지 않아 기업의 사업부서가 살아남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부는 에너지저장장치를 작년 4월 처음으로 전기사업법에 반영한 이후 에너지저장장치가 중심인 에너지 신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요자원거래시장이나 에너지효율시장, 친환경자립섬, 친환경에너지타운 등이 주요 사업이다. 학교와 공공시설에도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업이 초기 단계라 기업으로서는 먹을 게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