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무츠와 로카쇼무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10.22 09:46

김호성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쥬라기공원, 슈렉 등 수많은 히트 작품을 제작해 우리나라 영화팬들과도 친숙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사는 영화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회사로도 명성이 높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니버설시티에는 영화 촬영 셋트장부터 영화관과 테마파크 등 영화 관련 종합시설이 들어서 있어 누구나 한번쯤 방문해 보고 싶은 관광 명소이다.

필자는 지난주 업무차 일본 아오모리현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시모키타(下北) 반도를 따라 일본원연주식회사(JNFL, 로카쇼무라 소재)의 원전연료 농축공장,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 MOX연료공장, 저준위방사성폐기물매설센터, 그리고 리사이클연료저장주식회사(RFS, 무츠 소재)의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인 리사이클연료비축센터 등 원전연료 전주기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마치 ‘원자력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오모리현은 1971년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석유 콤비나트를 유치하기로 결정한 후 민관 공동으로 무츠오가와라개발(주)를 설립하고 약 170만평의 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1973년 오일쇼크로 석유가격이 급등하자 이 유치계획은 최소화되었고, 결국 석유비축시설만이 들어서게 되었다.

1984년 일본정부는 아오모리현에 원전연료 주기시설의 로카쇼무라 건설을 제안했고, 1985년 로카쇼무라 및 아오모리현 의회는 일본국회의 동의를 얻어 관련시설의 건설을 승인했다. 사실상 정부가 원자력시설의 부지를 먼저 결정하고 지역 자치단체와 광역 자치단체의 의결을 얻어 시설유치를 확정한 것이다.

원전연료 주기시설 유치 3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아오모리현은 이제 일본 원자력산업의 메카가 된 지 오래다. 일본 전역에서 발생하는 1000톤/년 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중 80%에 해당하는 800톤이 이곳에서 재처리돼 원전연료로 재활용될 계획이다. 내년 3월 준공목표로 현재 99%의 종합공사진척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미 425톤을 시험 재처리했다고 한다. MOX연료공장은 2017년 10월 준공될 예정이다.

무츠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RFS)은 지난 2013년도에 3000톤 규모의 저장시설이 완공됐고, 2000톤 규모의 저장시설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 시설의 가장 큰 특징은 물이나 전기가 필요없는 자연냉각 방식을 도입해 설계하였다는 점이다. 소위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의 구조물로써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이 자연환기의 흐름을 따라 배기되는 구조이다.

아오모리 현에 위치한 이 원자력시설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일본원연 관계자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가동 중지로 이 지역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어 원전을 재가동해 달라는 지역여론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 동해와 맞닿아 있는 아오모리현의 서부지역은 토양이 비옥해서 어떤 작물도 잘 자라서 농업이 발달해 있으나, 태평양에 접한 북동쪽은 고구마와 연근 등 뿌리 채소만 자랄 수 있을 정도로 토질의 상태가 좋지 않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창조적인 생각이 원자력 관련기업의 유치라는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계획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대표시설인 것처럼, 국가석유비축기지, 풍력발전단지, 가리비 양식장, 일본 최대 사과 생산지 등이 어우러져 있는 아오모리현의 132만 주민에게도 일본원연(주)의 원자력시설들은 지역경제의 공생시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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