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미국 내 설비 부족… “추가 5조원 자본조달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29 15:53

보수적 투자 기조 유지했던 삼성SDI 올해 큰 변화
1조7300억원 유상증자 이후에도 자금 마련 나설듯

삼성SDI 기흥 사업장. [사진=삼성SDI]

▲삼성SDI 기흥 사업장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해왔던 삼성SDI가 올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최근 1조7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후 다시 추가로 자본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3사 중 미국 내 생산설비가 가장 부족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5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탓이다. 올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위축) 장기화로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고 있어 자본 조달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SDI, 올해 5조원 이상 설비투자 해야

2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올해 5조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의 설비 투자 규모는 지난 2022년까지는 매년 2조원 안팎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6조3576억원으로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다.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규모의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같은 투자는 미국 내 생산 설비를 신속하게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앞서 삼성SDI는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네럴 모터스(GM)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2027년 배터리 양산을 위해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삼성SDI는 지난달 1조7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도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큰 신경을 썼다. 삼성SDI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1조73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9000억원을 합작 법인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미국 내 생산설비를 상당한 규모로 갖춘 반면 삼성SDI는 아직 생산설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뚜렷한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현재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설립한 인디애나주 1공장(33GWh)의 생산라인 4개 중 1개를 가동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올해 초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제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현지 생산설비가 없다는 약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을 기피하고 있는 미국이 국내 배터리사의 주요 수출처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 서둘러 현지 생산설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가 자금 마련 필수…유상증자보다는 회사채 발행 등 유력

다만 올해 유상증자를 단행했음에도 추가 자본 조달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8850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1조73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더라도 4조원에 못 미친다.


아울러 최근 전기차 캐즘 탓에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434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 1094억원을 제외하면 손실 규모가 5434억원에 달한다.


올해 연내 캐즘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 안에 5조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위해서는 자본 조달이나 자산의 현금화가 필요하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추가로 유상증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유상증자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논란 탓에 유상증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삼성SDI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재임기에 미국 생산설비가 늦어진다는 것은 상당히 커다란 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사에 비해 투자 속도가 느렸던 삼성SDI 입장에서는 올해 투자 규모를 늘려 경쟁사를 쫓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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