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속에 6억 돈다발…고액체납자 2226명 공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11.25 14:57
잿더미 속에 6억 돈다발…고액체납자 2226명 공개

고액체납자가 가마솥 아궁이에 숨긴 현금 6억 원
고액체납자의 집 아궁이에서 6억원의 현금(사진)이 발견돼 압수당하는 등 체납자들이 돈이 있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갖가지 기상천외한 ‘꼼수’를 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25일 거액의 국세를 체납한 개인 1526명과 법인 700곳 등 2226명(곳)을 홈페이지와 전국 세무서 게시판을 통해 공개했다.

이번 공개 대상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넘은 국세가 5억원 이상인 경우로, 총 체납액은 3조7832억원에 달한다. 1인(업체)당 평균 17억원이다.

개인 중에는 방위산업체 블루니어 전 대표인 박기성(54)씨가 법인세 등 276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공군 하사관 출신인 박 전 대표는 실제 수입하거나 구입하지 않은 부품으로 공군 주력 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꾸며 2006∼2011년 총 243억원의 정비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다.

조세포탈 혐의로도 기소된 박 전 대표는 이달 초 징역 2년6월에 벌금 47억원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한편, 국세청의 재산 추적 과정에서 현금을 숨겨놓은 갖가지 방법도 같이 공개돼 화제다.

지난 9월 대구 외곽의 한 전원주택 앞.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관 5명이 집주인과 승강이를 벌이다가 경찰 도움을 받아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양도소득세 9억여원을 내지 않은 서모씨의 재산을 찾기 위해서다. 서씨는 부동산 경매로 배당받은 수억원의 자금을 세탁해 현금으로 숨겨놓은 상태였다.

며칠간 숨죽이며 잠복하다가 수색을 개시한 조사관들은 서씨 부인과 자녀 명의로 된 전원주택 곳곳을 살피다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잿더미 속에서 끄집어낸 검은 가죽가방 속에서 5만원권 등 한화 5억원, 100달러짜리 등 외화 1억원 어치의 지폐뭉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전체 액수가 자그마치 6억원에 달했다.

25일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소개한 재산추적조사 사례를 보면 밀린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체납자들의 온갖 ‘꼼수’가 드러난다.

소득세 등 수백억원을 체납한 채 서울 성북동의 대저택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던 중개업체 대표 이모씨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이씨가 미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한 뒤 주택처분금지가처분 및 소송을 제기해 놓고 즉시 현장을 찾았다.

시가 80억원에 달하는 이 저택에서는 와인 저장고에 놓인 고급 와인 1200여병, 명품 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으로 된 금 장식 등이 발견돼 압류·봉인조치됐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악의적인 체납자는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해 성실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 온라인뉴스팀]

한상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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