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서울입성 무덤? 엘도라도?

정민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12.09 17:42
중견건설사 서울입성 무덤? 엘도라도?

[에너지경제신문 정민지 기자] 지역 토착기업으로 성장한 중견건설사에 서울 입성은 무덤 행일까, 아니면 ‘황금의 땅’ 엘도라도 행일까. 올해는 지방에서 성장한 중견건설사가 수도권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누가 먼저 서울에 발을 들여놓을지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그 중 모아건설이 9월 처음으로 문래역에 ‘모아미래도’를 분양했고, 최근 호반건설이 서울 송파에 자체 브랜드 단지를 분양하면서 중견건설사의 서울 입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견건설사의 서울 분양은 어려운 점이 많지만 서울을 접수하는 날도 멀잖았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호반건설, 반도건설, 아이에스동서, 우미건설 등 중견건설사 활약도 두드러졌다. 이들 업체는 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조성한 공공택지지구에 입찰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사업을 진행해 왔다. 서울지역은 새로운 공공택지지구가 적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중심이라 대형건설사에 비해 브랜드 파워에 밀리는 중견건설사가 입성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모아미래도

▲모아건설 ‘문래역 모아미래도’ 조감도.

주택사업에서 수도권 신흥 강자로 떠오른 중견건설사 중 올해 가장 먼저 서울에 입성한 건설사는 모아건설이다. 모아건설은 광주를 근거지로 두고 있는 건설사로 26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 진출했다. 9월 말에 모아건설이 분양한 문래역 모아미래도 222가구는 당시 청약경쟁률이 최고 36대1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건설사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고, 대형건설사 못지 않은 상품성을 갖췄음에도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반

▲호반건설 ‘송파 호반베르디움 더 퍼스트’ 조감도.

호반건설도 최근 26년만에 처음으로 서울 분양에 발을 내딛었다. 호반건설은 이달 중순 송파구 오금동에 ‘송파 호반베르디움 더 퍼스트’ 총 220가구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번 분양은 SH에서 조성한 보금자리택지에 조성하는 아파트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호반건설은 10년 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올해 시공능력평가 15위까지 올랐다.

이제는 대형건설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성장한 호반건설의 첫 서울 분양인 만큼 다른 중견건설사도 서울 입성을 꿈꾸며 분양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서울에서 분양하는 첫 아파트인 만큼 평면과 설계 등 상품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며 "서울 강남권에 올 마지막 분양이고 분양가 상한제도 걸려 있는 만큼 성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모아건설과 호반건설이 중견건설사 중 서울에 처음으로 입성했지만 한계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서울에 처음 발을 들였다는 상징성은 분명히 있지만 모아건설과 호반건설 모두 서울 중심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지역에서 분양을 시작했고, 공급 가구수도 200여 가구로 소규모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서울은 새로 공급하는 택지가 거의 없고 재건축·재개발 사업 위주라 중견건설사가 서울에 영역을 넓히기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울 외곽지역이나 자투리 택지에는 분양이 가능하겠지만 서울 중심권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로 섣불리 진출했다 쓴맛을 보고 좌절한 지방 중견건설사도 있다. 90년대 대구·경북지역의 3대 건설업체로 꼽혔던 우방, 건영, 청구건설이다. 이들은 주택경기 호황 시기에 서울로 진출해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는 바람에 1998년 외환위기를 맞고 도산했다. 분당, 판교, 일산 등 1기 신도시 사업으로 막대한 현금을 거머쥔 이들의 무리한 사업확장이 경영 위기의 원인이 됐다. 실제 청구건설이 외환위기 직전 보유한 미분양 아파트는 1626가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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