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법’ 효력 논란…"맹탕" vs "쓴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12.13 11:08

'폭스바겐법' 수입차 안하무인식 행태 잡을 수 있을까

▲폭스바겐 신형 골프. 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에너지경제신문 이창훈 기자] "맹물에 불과하다." "너무 가혹한 쓴물이다." 자동차관리법 일부법률개정안(이하 폭스바겐법)이 효력을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과 시민단체들은 "소비자를 위한 법이 아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업계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국회는 9일 자동차 안전기준 위반과 관련 업체에 부과하는 과징금 액수를 현행 매출의 1000분의 1에서 100분의 1로 올리고, 한도를 1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행 매출은 문제가 된 차종의 판매금액을 말한다. 문제가 된 차종의 금액이 3000만원인데 국내서 1000대가 팔렸다면 매출은 300억원이다. 기존에는 이 매출액의 1000분의 1인 3000만원을 벌금으로 부과했지만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과징금은 3억원이다. 차종은 차량의 모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증을 받은 차량을 묶은 전체를 말한다. 예를 들면 폭스바겐의 티구안, 제타, 골프 등이 함께 인증을 받으면 3개 모델은 한 차종으로 분류된다. 이 외에도 늑장 리콜에 대해 매출액의 100분의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폭스바겐법에 대해 시민과 시민단체들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이름만 ‘폭스바겐법’일 뿐, 소비자를 위한 내용이 없다"며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도입되지 않고 단순히 과징금의 액수만 늘리는 것은 세수 확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단순히 과징금을 올려서는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시민과 누리꾼은 폭스바겐법이 "졸속"이라고 비난했다. 한 누리꾼은 "과징금이 최대 100억원이면 연비 과장해서 팔고 돈을 내는 게 이득이겠다. ‘헬조선’은 대단하다"고 힐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솜방망이 처벌이라 외국이나 국내나 한국을 호갱으로 보고 등을 쳐 먹는 것 아니냐"고 비난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법에 대해 나름 유의미한 내용이 담겼지만 아직 부족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법은 그동안 미미했던 규제를 강화하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과징금의 액수가 너무 적고 미국의 경우 차량 한 대당 과징금을 부과하는 반면 국내는 차종당 부과하는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라 향후 법안을 더욱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미국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은 안전기준을 위반했다고 과징금이 있는 것은 아니고 문제를 은폐하거나 속였을 때 많은 과징금을 부과한다"며 "미국과 한국을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 측은 이번에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은 내년 6~7월쯤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는 폭스바겐법이 현실적으로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볼멘소리를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법이 정해지면 업체로선 당연히 따라가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며 "법을 제정하기 전에 이해 당사자인 자동차 업체와 긴밀히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경우 국내에서 리콜을 하는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다"며 "리콜이 지연됐다고 해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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