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반도체, 자동차처럼 미국 직접 투자하는 것처럼 원전도 현지 직접투자 검토
원전업계 “두산 직접 미국 공장 건설은 현실성 낮아, 웨스팅하우스 인수 검토할 만”
미국 SMR 기업들의 주기기를 파운드리 형태로 제작하는 전략은 이미 추진 중

▲미국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 위치한 웨스팅하우스 본사. 사진=웨스팅하우스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일환으로 한국 기업이 조선, 반도체,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현지 직접 투자와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원전 분야에서도 직접 투자 전략이 논의 중인 가운데, 원전 수출의 최대 걸림돌인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인수도 재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한미 간의 관세협상 테이블에서 원전 분야도 다른 제조업들과 유사한 현지 투자 전략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체코원전 수주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한국 측 간 지적재산권 분쟁이 마무리되며 양측 협력 가능성이 열린 것도 인수설 부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사업에 참여한 두산에너빌리티가 팀코리아 일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두산은 소형모듈원전(SMR)뿐 아니라 APR1400 기반 주기기 공급 가능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뉴스케일파워가 한국의 두산 창원공장을 직접 방문한 것 또한 한-미 원전 협력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 중 하나다.
웨스팅하우스 인수설 재부상…지재권 분쟁 마무리도 변수

한국의 미국 원전 분야 투자 가능성.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두산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며 “원전 주기기라는 중량물의 특성상 항구부터 새로 만들어야 할 수준이다. 도시 하나를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제작해 선박으로 운송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비용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대신 두산이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검토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설계 등의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는 시공이나 기자재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양국의 강점을 토대로 협력하는 모델이 가능할 것"이라며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바라카 원전에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참여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되는 게 '윈-윈'“이라고 관측했다.
1957년 설립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내 대형 원전 사업의 중심 기업으로, 2030년까지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하에 핵심 주체로 거론된다. 그러나 자체 시공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주기기를 포함한 주요 부문을 협력하거나 인수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웨스팅하우스 경영난으로 2005년, 2017년, 2022년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그때마다 한국은 두산 등이 인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체코원전 수주 과정에서 지재권 논란을 겪으면서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MR 파운드리' 두산의 핵심 전략, 웨스팅하우스 인수론로 재부상
두산이 반도체처럼 SMR(소형모듈원전) 주기기를 '파운드리' 형식으로 제작하려는 전략은 이미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창원 공장에서 글로벌 유일의 SMR(소형모듈원전) 파운드리 기능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뉴스케일파워를 비롯한 다수의 SMR 기업들과 협력해 주기기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두산은 뉴스케일 SMR에 적용할 12기의 모듈을 제작 중이며, 곧 월 1기 생산 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SMR 파운드리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 중심의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다. 웨스팅하우스 인수 또는 전략적 협력은 한국 원전 생태계 활성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웨스팅하우스 인수 또는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시공 역할을 맡으려면, 기술 지적재산권, 한·미 원자력 협정,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APR1400 노형은 웨스팅하우스에서 자사의 시스템 기반으로 소유권을 주장해온 바 있어, 이후 분쟁 요소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기회가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향후 어떤 전략을 추진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