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vs전열교환기산업계 환기장치 성능기준 놓고 '의견 충돌'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 일부 개정령안
환기설비 설치  적용방법	열회수환기장치의  경우 바이패스 기능(급·배기 모두 설치)을 갖추고 프리히터(프리히터와 같이 혹한기에서 작동이 가능한 시스템을 포함한다)를 설치하되  프리히터의 작동온도는 2℃, 용량은 600W  이상으로 할 것. 단, 혼합형  환기설비에 적용하는 경우는 예외로 함
	기계환기설비의 경우 녹색기술인증(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건설신기술(국토교통부), 신기술인증(NET : 산업통상자원부), 환경신기술(환경부) 등과 같이 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에서 인정한 인증서 또는 공인인증기관에서 발행한 시험성적서 등을 통해 이와 동등 이상의 성능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자료를 첨부할 것
	환기설비 사양을 설계도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되 환기용량이 다른 환기설비를 설치하는 경우 각 설비의 시험성적서를 첨부할 것
자료제공=국토교통부 공고  제2015-1494호

[에너지경제신문 서양덕 기자]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전열교환기에 일정 용량 이상 프리히터(결로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국토부의 계획에 전열기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열교환기는 실내의 따뜻한 공기를 배출할 때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와 열 교환을 통해 온도를 올려 환기시키는 장치다.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낸 ‘환기장치 성능기준 구체화를 위한 개정안’에 대해 전열교환기 업계는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전열교환기 전기료 부담 및 전기 사용량이 증가해 건설사나 공동주택 입주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어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기존 기준의 전열교환기에 대한 민원이 잇따르자 개정안 이행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열교환기산업체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역행하고 공동주택 입주민의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는 불합리한 고시 개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프리히터 의무화하면 건설사가 전력교환기 자체 외면 ‘우려’

논란의 핵심은 전열교환기에 600W 프리히터를 장착할 경우 아파트 입주민, 건설사가 높은 전기료와 전기 증설 과정 등의 부담을 떠안게 돼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건설사가 가중되는 부담을 떠안는 대신 기계식 환기장치(전열교환기) 대신 자연 환기 기계 등 대체 설비로 교체할 경우 기존의 전열교환기 생산·판매업자들은 판로 상실의 우려도 있다.

개정안의 ‘신축·리모델링 하는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기계환기설비 설치 시 기온이 2도 이하로 내려가면 작동하는 600W 용량 이상의 프리히터를 의무 장착’ 조항이다. 전열교환기만 가동시킬 경우 전력소비량은 60W 정도(형광등 두 개에 해당하는 전력)지만 600W 이상의 프리히터를 추가 장착하면 전열교환기 자체의 전력 소모가 10배 이상 뛴다. 이 전열교환기를 달면 공동주택 각 세대가 부담하는 전기료가 오르고 건설사는 이를 위해 전기 설비를 증설해야 하는 등의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법으로 기준을 명시하면 건설사는 여러 부담을 감수하는 것보다 결로 문제가 없는 편한 방식, 즉 자연환기 방식으로 환기설비를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전열교환기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에서 멀어져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비대위의 주장이다.

국토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프리히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일부 건설사에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60W의 제품을 형식적으로 설치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프리히터의 제기능 발휘를 통해 결로방지 효과를 향상시키고 환기성능 확보를 통해 공동주택 건설비용 저감과 환기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유도한다’고 개정 이유와 목적을 설명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고시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국내 아파트 계약 구조로 봤을 때 사실상 1년에 짓는 거의 대부분의 아파트에 600W 프리히터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되는 것"이라며 "국토부의 목적이 전열교환기라는 환기장치에 이슬 맺힘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600W 히터를 달지 않는 것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개정안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국내에는 연간 10∼15만kW가 증설이 되고 10년 후에는 약 100~150만kW가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이는 원전 2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라며 "정부 정책이 에너지 절감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국토부는 오히려 전기를 더 쓰라고 권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비대위 측에서는 입주민의 전기료 부담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니 학계나 연구소를 통해 객관적인 방법으로 시험하는 방안과 대안을 국토부에 건의했다"며 "국토부는 전열교환기 결로 현상이 많이 생기니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원론적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2006년 실내공기질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신축 시 실내공기질 유지 기준 부합을 위해 환기설비 설치가 의무화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