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환 칼럼] 재계에 부는 반가운 ‘ESG’ 바람

성철환 2020-11-08 13: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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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적극성을 보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눈길을 줄만하다.


가장 돋보이는 곳은 SK그룹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힘주어 밝히고 있다. 열흘전쯤 경북 안동에서 열린 한 행사에 초청연사로 참석한 자리에서도 "기업인으로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는 자성의 말도 했다.

최회장의 이런 행보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초인 SK그룹 8개 계열사의 ‘RE100’가입으로 이어졌다. ‘RE100’은 오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 100%를 기업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과 닿아 있다.

SK만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탄 관련 투자, 시공 및 트레이딩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민간인 피해를 키우는 비인도적 무기로 국제 사회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분산탄 사업을 떼어내겠다고 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용어다. ESG경영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기업의 다짐을 담아 비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ESG경영이 매출, 이익, 외형 성장률 같은 재무적 성과를 도외시하고 무조건 ‘착한 기업’을 지향하는 것처럼 여긴다면 잘못이다. 양호한 재무적 성과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는 서로 대립적이기보다는 보완적인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이런 관계가 드러난다. 2018년 흑자 기업 1694곳의 실적을 분석했더니 환경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면 이들중 252곳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마땅히 써야 할 환경비용을 지출하지 않음으로써 적자기업이 흑자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결국 재무적 성과가 그만큼 부풀려진 셈이고 이런 기업이 아낀 환경비용은 결국 사회로 전가돼 누군가 대신 메워주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런 기업의 제품을 계속 구매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도록 돕고 결과적으로 사회에 끝없이 피해를 주도록 내버려둘리 만무하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세상을 온통 떠들썩하게 했던 ‘디젤게이트’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폭스바겐은 당시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 데이타를 조작했다가 수백억달러의 배상금과 벌금을 부과받고 회사가 뿌리채 흔들리는 위기를 겪었다.

먼 외국만이 아니다. 툭하면 근로자의 사망사고를 낳는 ’안전불감증’ 사업장이 우리 주변에는 널려 있다. 이런 기업이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몇푼 내놓는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양 여긴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땅콩 회황 사건’ 등 오너의 전횡과 갑질로 위기를 겪었던 기업들을 떠올리면 지배구조의 문제가 기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경영자가 재판정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느라 시간을 낭비하는데 기업이 온전하게 굴러 간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무엇보다 큰 댓가는 시장 신뢰 추락임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재계의 극구 만류에도 ‘공정경제 3법’의 국회 입법이 추진되는데는 반기업 정서가 한몫하고 있다. 이런 반기업 정서에는 최태원 회장이 자성했듯이 재계의 책임도 상당함을 외면해선 안된다. ESG 경영이 재계에 일찍부터 뿌리내리고 확산됐더라면 이런 입법의 명분을 찾기 어려웠으리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기술력과 재무적 성과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국제적 평판은 아직 그런 성과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재계에 부는 ESG경영 바람이 보여주기식 겉멋내기에 그치지 않고 새롭고 건강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기업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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