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김아름 기자
보험업계가 시끌시끌하다. 협회장 등 선임과 관련해 ‘관피아’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단어로 공직을 퇴직한 사람이 관련 기업에 재취업한 뒤 학연·지연을 이용해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는 행태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분명 좋은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왜 보험업계가 이 논란이 휩싸인 것일까. 그 답은 바로 다음 지휘봉을 넘겨 받을 차기 수장 인선에 있다.
현재 보험 유관기관 장(長)들은 임기가 만료됐거나, 목전에 둔 상황이다. 이미 손해보험협회는 김용덕 협회장의 뒤를 이어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54대 협회장으로 선임했다. 정 전 이사장은 행시 27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정통 관료 출신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취업 심사에서 이변이 없다면 다음달 21일 회장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생명보험협회와 SGI서울보증도 예외는 아니다. 해당 기관을 이끌 후보로 ‘官’ 출신 인물들이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생보협회의 경우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과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SGI서울보증의 경우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차기 사장 단독 후보로 결정됐다. 이들 모두 관료 출신 인물이다. 누가 최종 선임되든, 결국 공직에 있던 사람이 직을 차지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이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나 당국의 낙하산 인사라는 것과 함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말이다.
업계도 이러한 지적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치금융(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것을 의미)에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거센 압력 속에 금융당국에게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고, 현안 해결을 위해선 요직에 있던 인물이 대표를 맡아야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을의 입장에서 ‘관료 출신 인사 선임’이 최선의 방안인 셈이다.
관치금융의 순기능도 분명히 존재한다. 허나, 매 번 도돌이표 마냥 되풀이 되는 ‘관피아’ 논란은 관치금융이 낳은 악습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에선 유관기관의 인선이 시작될 때마다 이를 지적해 물고 뜯기보단, 그간 관치금융에서 폐해로 지적된 사안들을 하나둘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만약 정부와 금융당국, 각 금융 유관기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관피아’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