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화재·자체생산 악재...'車-배터리' 동맹 균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18 22:00

전기차 ‘빅뱅’ 앞두고 '車 vs 배터리' 업계 신경전 ‘치열’



코나EV·볼트EV 등 ‘불타는 전기차’ 오명...테슬라·BMW도 리콜



한중일 배터리 모두 품질논란···車 제조사와 ‘책임공방’ 예고



테슬라·GM·포드 등은 ‘배터리 자체생산’ 준비...고객사에서 경쟁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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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볼트EV에 장착된 전기차용 배터리 이미지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기업들이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연이어 일어난 전기차 화재·리콜 사태 관련 서로 책임을 미루며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 생산에 직접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협력 관계를 구축해온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업체가 한순간 경쟁상대로 돌변하는 사례도 생겨날 전망이다. 배터리 분야가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과 완성차 기업을 보유한 우리나라도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연이은 전기차 화재 ‘책임 미루기’ 車-배터리 협력관계 금가나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며 리콜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화재 사건이 일어난 코나EV 7만 7000여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현지에서 몇 차례 불이난 쉐보레 볼트EV 6만 8000여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이들 차량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간 BMW와 포드의 일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들도 최근 리콜을 결정했다. 중국 CATL배터리가 탑재된 광저우차 ‘아이온S’는 화재 사건이 계속 발생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모델S와 모델X 역시 모듈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한다.

문제는 이들 차량의 결함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배터리가 말썽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부품 제조과정의 문제인지 조립이 잘못된 지 판단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동차에 전자장치가 워낙 많이 들어간다는 것도 변수다.

이 때문에 리콜을 결정한 현대차와 GM의 경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가 완충되지 않도록 설정해주고 있다. 임시방편인 셈이다. 에너지저장장치는 일반적으로 과방전 시 불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과충전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더 늘고 다양한 주행환경에 배터리가 노출될 경우 크고 작은 결함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미 판매된 전기차의 교체주기가 다가오면 배터리 역시 구성물질들이 노후화해 발화 등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자동차 제조사들과 배터리 업체들은 향후 품질논란 관련 치열한 책임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경우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코나EV 화재 원인이 LG화학 배터리 불량 탓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 LG화학은 조사를 통해 명확한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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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코나EV. 코나EV에는 LG화학이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다.


◇ 車-배터리 업체간 신경전 ‘예정된 수순’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많이 팔리는 시대가 오면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업체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일찍부터 나왔다. 배터리가 반도체 등에 비해 기술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을 감행하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이다. 국내 1위 기업인 LG화학과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 테슬라가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발표하며 터무니없는 목표치를 내세운 점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세계 국가별 산업 지형도가 다르다는 것도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간 관계가 미묘하게 조성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전기차가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모두 하고 있지만 배터리 산업은 한국, 일본, 중국 3개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SNE리서치 조사를 보면 올해 1~9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LG화학(한국, 24.6%), CATL(중국, 23.7%), 파나소닉(일본, 19.5%)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위권에 있는 삼성SDI(6.2%), BYD(5.5%), SK이노베이션(4.4%) 등도 모두 한국과 중국 업체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꼽히던 독일, 미국 등 입장에서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자칫 산업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는 셈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특히 미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발표하거나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그 궤를 같이한다. 최근 미국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자사가 직접 배터리 셀 제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포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에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지난 9월 ’배터리 데이‘에서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를 3~4년 이내에 스스로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LG화학, 파나소닉, CATL 등 제품을 사용한다. GM의 경우 LG화학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형태로 배터리 자체 생산을 시도한다. 폭스바겐 역시 스웨덴 기업과 협력을 통해 스스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일정 수준 기술력을 갖춘 뒤 최대한 투자·생산량을 늘려 점유율을 가져가는 형태로 조성돼 있다"며 "완성차 기업이 뒤늦게라도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행한다면 배터리 기업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형태"라고 짚었다. 이어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급성장하는 만큼 향후 두 업종간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SNE리서치는 올해 480만대 수준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가 연평균 21%씩 성장해 2030년 400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3년여간 전세계에서 팔린 자동차는 7700만~8100만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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