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한전 재정 악화, 소액주주는 뒷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12 06:38

주택용요금 누진 구간 1단계 300kWh, 2단계 450kWh로 상향
월 450kWh 사용가구 약 2만2000원, 4인가구 1만8000원 할인
전기요금 정치가 통제…재무위기 한전에 ‘주주 보호’는 요원
206조 한전 부채 더 악화, 소액주주 보호 상법개정 취지에도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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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전남 나주 본사.

정부가 올 여름에도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건전성과 전기요금 체계의 형평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11일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조치가 단기적 민심 달래기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전력시장 왜곡, 요금체계 불균형, 그리고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소액주주 이익 보호' 기조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누진제 완화로 또 한전 수입 감소…'연례행사' 된 임시처방

산업통상자원부는 7~8월 두 달 동안 △주택용 전기요금 1단계 누진 구간을 기존 200kWh → 300kWh △2단계를 400kWh → 450kWh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월 450kWh를 사용하는 가구는 약 2만2000원, 4인 가구 평균 사용량(406kWh)은 약 1만8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산업부는 이번 누진제 완화 조치 배경이 “냉방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전체적으로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누진제 완화 조치는 2016년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조치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여름에는 전력사용량이 늘면서 한전의 전력구입비도 오르지만, 소매요금은 동결된 상태다. 한전은 가만히 있어도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가 할인까지 해야 하는 구조에 내몰리고 있다.


한전 입장에서 여름철인 3분기는 1년 중 전력판매 매출이 많은 시기다. 2021~2024년 누적 적자만 약 35조원, 현재 총부채는 206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누진제 완화는 재무상태를 더욱 갉아먹는 셈이다.


산업용은 줄줄이 인상, 가정용은 인하…'요금 역전'에 수요관리 무력화

정부는 최근 수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반면 가정용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사실상 인상조정 없이 방치되거나 오히려 인하되고 있다. 이번 누진제 완화도 사실상 인하 조치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일부 구간에서는 산업용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더 저렴해지는 '요금 역전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왜곡은 에너지 소비자에게 가격 신호를 제공해 절약과 효율을 유도하는 전기요금 본연의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효율화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정면 배치된다.


상법 개정안에서 '소액주주 보호' 강조하면서, 공기업 주주는 무시?

누진제 완화 조치는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와도 반대 방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최근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배당 확대, 책임경영 강화를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전력공기업이자 상장사인 한전은 매년 적자를 반복하고, 요금은 정치 논리로 통제당하며, 소액주주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현재 한전의 일반 투자자 지분은 약 3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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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은 재무구조 악화로 주가 회복도 요원한 상황에서 정치적 할인 정책으로 추가 손실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누진제 완화와 같은 '정치형 요금제'가 반복되는 한, 한전의 구조적 적자도, 전력시장 왜곡도, 소액주주 보호도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공기업이니 감내하라는 태도로 한전을 계속 희생양 삼는다면, 전력 인프라는 무너지고 투자도 끊길 것"이라며 “이제는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년 여름 반복되는 누진제 완화는 전력시장과 공기업 경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이다. 국가는 소액주주 보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공기업 주주의 권리는 외면하고 있다"며 “정치가 개입하지 않는 독립적인 요금 결정 시스템과,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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