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유상증자' 이유있었네...신한지주, 주가-지배구조 다 잡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20 08:13

금감원, 경영유의사항 전달..."이사회 구성 정합성 제고하라"



신한지주 9월 유상증자 발표...지배구조 개선 ‘분수령’으로



재일교포 추가 지분매입 시도...향후 세력 더 약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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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신한지주가 분기 1조원 내외의 이익 체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현재의 자본비율이 업종 내 낮지 않고, 유상증자 이후 단기간 내 배당을 늘리거나 하는 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명분들이다." (2020년 9월 7일 A증권사 리포트 중 일부)

신한지주가 지난 9월 4일 홍콩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를 대상으로 1조1582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을 당시 증권가의 반응은 냉담했다. 증권사들은 신한지주 증자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고 주주가치 희석이 우려된다며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현재, 금융감독원이 신한지주의 이사회 구성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면서 당시 유상증자 결정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한지주는 금감원의 권고대로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강화했고, 최근에는 주가도 상승세를 타면서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모펀드(PEF)에게도 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 이후 신한지주 주요 주주 간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금감원의 경영유의 조치를 계기로 깔끔하게 정리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 금감원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 높아...정합성 제고하라"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 주가는 1조158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지난 9월 4일 2만9650원에서 이달 19일 3만3250원으로 12% 올랐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것은 연말 배당 매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융주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이 신한지주에 경영유의사항을 전달하면서 신한지주가 두 달 전 단행한 유상증자가 재조명받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신한금융을 대상으로 진행한 종합검사를 바탕으로 지난달 총 5건의 경영유의사항을 전달했다. 경영유의사항은 금융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조치로 강제성은 없다. 해당 사안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금감원이 신한금융에 이사회 구성의 정합성을 제고하라고 한 부분이다. 금감원은 신한금융에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재일교포 사외이사가 36%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오락업 등 금융업에 해당하지 않는 특정 업종에 편중된 경영 경력 등으로 이사회 내 의견 개진의 다양성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사회에서의 발언도 회의당 0.2~0.3회 정도에 그쳐 사외이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등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금감원은 신한금융에 "앞으로 재일동포 사외이사의 추천,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사외이사 후보 추천시 전문성, 다양성 조건 등 충족 여부를 충실히 검증하는 등 균형있게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상증자로 이사회 독립성 강화...재일교포 ‘방어전’ 돌입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이번 권고가 신한지주에는 오히려 실보다는 ‘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신한지주 유상증자에 참여한 PEF 2곳은 내년 이사회에서 각각 1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신한지주 전체 이사회 15명 가운데 8명이 재일교포, BNP파리바, IMM PE, 어피니티, 베어링PEA 등으로 채워지게 됐다. 다시 말해 이번 증자로 이사회 중심의 독립성이 강화되면서 CEO가 독단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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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말 기준 신한금융지주 주요 주주 지분율.(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주목할 점은 사모펀드 2곳이 이사회 2석을 얻게 되면서 재일교포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됐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교포들이 자본금을 모아 설립한 곳으로, 재일교포 주주들은 여전히 신한금융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일교포는 지분은 약 15% 수준이며, 신한지주 사외이사 총 10명 가운데 4명은 재일교포다. 재일교포는 신한지주가 유상증자를 단행한 직후 추가적으로 1% 안팎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이사회의 다양성을 제고하려는 신한지주와 유상증자로 지분가치 희석을 막으려는 재일교포 간에 긴장관계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금감원은 올해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신한금융의 이사회 구성에 대해 다양성과 전문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재일교포를 중심으로 이사회 구성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는데, 이번 유상증자가 지배구조 개선에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는 평가다.

반대로 이번 증자로 입김이 약해진 재일교포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지만, 다시 신한지주가 금감원의 권고를 받으면서 영향력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신한지주는 사모펀드 사외이사 영입으로 이사회의 다양성은 물론 재일교포 위주로 운영되는 금융사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피력할 수 있게 됐다"며 "오히려 금감원 권고를 계기로 재일교포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신한지주가 단행한 사모펀드 투자유치는 더욱 명분이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 재일교포 영향력 점차 줄어들듯...일각선 "금융사 역사도 고려해야"

금융권에서는 향후에도 신한금융 내 재일교포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 신한지주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임기는 신한지주 6년이며, 그룹사를 포함해 9년간 재임이 가능하도록 명시됐다. 이에 따라 2015년 3월에 선임된 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는 내년 3월 주총 때 임기가 만료된다. 여기에 내년 초 PEF 2곳이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게 되면 이사회 내에서 재일교포의 입김도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조치안을 두고 각 금융사들의 역사는 고려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으로 이사회의 다양성만을 권고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재일교포는 1982년 신한은행을 설립한 주체이자, 주주이고 신한금융이 지금과 같은 우량 금융사로 성장하기까지 기여한 바가 큰 것도 사실이다"며 "각 회사마다 성장한 스토리가 다른 만큼 이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측은 "앞으로도 이사회가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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