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지분을 주식처럼 사고 팔수 있어
강남 '역삼 런던빌' 공모에 3040대 몰려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주식처럼 빌딩 지분을 사고 파는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댑스) 1호가 공모 첫날 38%의 청약률을 보였다. 부동산신탁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공모 형태가 다소 실험적이라는 예상을 깨고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는 평가다. 1호의 최종 공모 결과에 따라 향후 예정된 2호와 3호의 청약 흥행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6일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카사’에 따르면 지난 25일 공모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역삼 런던빌 101동에는 첫날 총 4869명의 투자자가 39억원을 공모했다. 총 공모금액이 101억8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첫날에 목표대비 38%를 달성한 것이다. 2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41억원(약 40%)다. 공모는 내달 4일까지 진행된다.
카사는 빌딩의 지분을 디지털 수익증권으로 나누어 개인이 빌딩에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카사는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정식 인가를 받은 후 공모 대상 기업을 모집했다. 당시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이 각각 금융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한국토지신탁과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1호 사업자로 선정됐다. 현재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역삼 런던빌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의 건물로 이미 글로벌 국제학교가 5년 간 단독 임차를 확약했다.
역삼 런던빌 투자자들은 보유한 지분에 비례해 매 3개월마다 임대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다. 빌딩 매각 시 지분에 따라 매각 차익을 배당 받기도 한다. 건물의 가치가 내려가거나 임대율이 낮으면 투자금에 손해가 불가피한 구조이지만 카사 측은 이러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지가 상승률과 임대율이 높은 빌딩을 선별한다는 입장이다.
상업용 빌딩 부동산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장 리츠(REITs)와 비슷하지만, 리츠의 경우 여러 부동산을 보유하는 부동산 법인의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방식이다. 이에 반해 카사는 특정 건물 지분을 개인이 직접 보유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투자 방식에 가깝다. 이로 인해 건물 상장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파는 형태가 아니라 카사라는 일종의 전자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형태를 뜻한다. 투자자들은 건물에 대한 지분을 직접 소유하기 때문에 매각 등 주요 사안은 온라인을 통한 수익자 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이자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부동산 투자의 진입장벽을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사코리아 관계자는 "댑스는 대형 빌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차율 달성이나 매각이 수월한 중대형 빌딩, 일명 꼬마빌딩에도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라며 "역삼 런던빌을 시작으로 임차율과 지가상승률이 높은 건물을 보유한 파트너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카사의 첫 공모 상장 예정인 역삼 런던빌은 12월 4일까지 총 203만 6000댑스를 선착순으로 청약할 수 있으며 청약률 조기 달성 시 공모를 마감한다. 카사코리아는 댑스 공모 및 거래 서비스를 담당한다. 하나은행은 투자자 예탁금 관리를 진행하며 한국토지신탁은 역삼 런던빌의 등기상 건물 소유주로서 댑스를 발행하는 한편 건물관리 및 임대수익 집행을 담당한다.
공모가는 1댑스 당 5000원으로 개인은 최대 5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100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빌딩을 기준으로 최소 공모가 5000원을 적용하면 200만 댑스로 쪼개진다. 1댑스를 투자할 경우 빌딩의 소유 지분은 200만 분의 1이다. 연간 수익률은 연간 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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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 런던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