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규제 앞두고 '일단 뚫는' 마이너스통장 사상 최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29 10:41

사용률은 30~40% 그쳐…사용실적 낮으면 불이익 받을 수 있어

신용대출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마이너스 통장 한도까지 더해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 규제가 임박하자 ‘일단 뚫어놓자’는 가수요가 몰리고 있다. 최근 마이너스 통장 수는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하지만 실제 마이너스 통장에서 이뤄지는 대출은 한도의 30∼40%에 불과하다. 은행별로 마이너스 통장 사용 실적이 낮으면 대출 한도를 깎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 규제 발표 후 마이너스통장 3.5배 늘어…신용대출 잔액 2.2조↑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하루 신규 개선 마이너스 통장 수는 지난 23일 6681개였다. 지난 13일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되기 직전인 12일 1931개보다 3.5배 많다. 23일 전후로 보면, 20일에는 6324개, 24일 6324개, 25일 5869개, 26일 5629개 등 5000대 후반을 웃돌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같은 마이너스 통장 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마이너스 통장이 가장 크게 늘어난 이유는 금융당국이 오는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해 1억원을 넘는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한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30일 규제 시행 후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모두 신용대출 총액에 합산되기 때문에 규제에 앞서 미리 마이너스 통장를 만들어 한도를 최대로 늘리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금융당국 규제가 발표된 13일 이후 26일까지 14일간 약 2조2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12일 129조5053억원에서 26일 131조6981억원으로 2조1928억원이나 늘었다.


◇ 마통 이용실적 적으면 한도 축소 불이익도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한 대출(한도거래대출 또는 통장자동대출)의 실제 이용률은 생각보다 낮다. 4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소진율(마이너스 통장 대출 사용액/최대 한도 설정액)은 이달 26일 기준 32.6∼43.5%, 평균 38% 정도다. 5대 은행으로 넓히면 나머지 한 은행은 60%를 넘는다. 이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소진율 통계에서 아예 제외한 결과라 묶어서 볼 수 없다. 소진율 0% 대출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소진율은 업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해당 은행 설명이다.

소진율 38%는, 예를 들어 5대 은행에서 사상 최대 규모(6681개)의 마이너스 통장이 만들어진 지난 23일 총 3518억원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설정됐는데 이 중 평균 38%(1337억원) 정도만 실제 대출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개별 차주의 마이너스 통장 소진율이 너무 낮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7월 말부터 약정금액이 2000만원이 넘는 신규 또는 기한연장 마이너스 통장에 대해 소진율에 따라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마이너스 통장 신규 약정(기한연장)일로부터 만기일 3개월 전까지 평균 대출한도 소진율이 10%보다 낮으면, 약정 한도의 20%를 깎은 후 기한을 연장해준다.

또 다른 은행도 설정된 마이너스 통장 한도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어, 갱신할 때 협의를 거쳐 한도를 낮추고 있다고 했다.


◇ 은행권 당국 지침보다 더 강한 신용대출 규제 돌입

금융당국이 30일 시행하는 신용대출 규제 핵심은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으면 개인 차주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를 받는 것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보여준다.

또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는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규제 적용 예정일은 30일인데, 실제 은행권은 1주일 앞서 지난주 초부터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23일부터 타행 신용대출과 더해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는 차주에 DSR 40% 이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은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으면 DSR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연봉 8000만원 초과자 대상의 금융당국 지침보다 규제 강도가 더 센 셈이다. 또 소득에 비해 신용대출을 과도하게 받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23일 이후 연소득의 200% 안에서만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 27일 자정(28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 초과 차주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규제에 돌입했다.

농협은행은 30일부터 당국 지침 외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올원직장인대출’의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인다. 올원직장인대출과 올원마이너스대출의 우량등급 우대금리(기존 0.3%포인트)는 없애기로 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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