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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구리가 주조되고 있다. (사지=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중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구리, 철광석 등의 원자재 가격이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속 원자재 수요는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2000년대에 나타난 슈퍼 사이클이 재현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1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 구리 선물가격은 톤당 7649 달러를 기록하면서 2013년 상반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구리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의 저점대비 58% 가량 올랐다.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수입가 기준) 역시 2014년 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가격이 1일 기준 톤당 132.1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철광석은 올해 43%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빌딩과 공장이 대거 건설된 것이 구리 및 철광석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국의 공식 제조업 PMI는 52.1로 상승했다. 대기업과 국유업종의 대외 활동을 보다 뚜렷하게 보여주는 카이신 제조업 PMI는 10년 만에 최고치인 54.9로 뛰어올랐다. 건설경기지수는 10월 59.8에서 60.5로 상승하며 특히 호조를 보였다. 지수가 50을 넘으면 확장을 나타낸다.
또 중국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면서 수입량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철광석 수입량은 작년 동기대비 15% 증가한 1억 670만 톤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수입량도 9억 7520만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 증가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11월 PMI가 산업용 금속에 대해 "확실히 긍정적이었다"면서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상당한 개선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원자재 강세는 금속 집약적인 전자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가 대만과 중국 실적에 반영된 것이 핵심 동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수요가 앞으로 견고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당분간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메리츠증권 문경원 연구원은 "올해 철강 수요를 중국이 홀로 이끌었다면 내년부터는 중국 외 다른 지역에서 수요 회복이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철강제품 가격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미국 내수 열연가격은 4개월째 상승해 23개월만에 톤당 800달러대를 회복했다"며 "미국 철강사인 US스틸의 주가도 한주만에 30%이상 급등하는 등 글로벌 업황과 주가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00년대부터 나타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재현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원자재 가격은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 부족해 가격이 급등했던 2000년대의 모습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곤두박질쳤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다시 치솟기 시작한 바 있다. 2011년 2월에 철광석 가격은 톤당 200달러에 육박했고, 구리 가격 역시 톤당 만 달러를 돌파한 적도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는 이미 재정 안정 대신 사회적 욕구 충족을 겨냥한 새로운 정책시대를 열고 있다"면서 "이는 주기적으로 더 강하고 원자재 집약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할 수 있고 수요 또한 순환적 상승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은 또 "이번 호황은 전 세계 산업용 금속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는 덜 의존하고, 선진국가들의 청정에너지 투자에 힘입을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구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원자재는 내년부터 공급부족에 시달릴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영국 철강전문지 메탈불레틴는 "현재의 구리 가격 강세가 비이성적인 이상 현상이 아니다"라면서 "2023년까지 공급부족으로 인해 구리가 2022년 하반기에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