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교 칼럼] 기후변화 대응·탄소 중립, 선언보다 실행이 중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2.14 14:56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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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충격을 팬데믹(pandemic)으로 정의하고 코로나19(감염병), 지정학, 금융, 기후변화 등 4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그 중 이미 금융위기(2008년), 9.11 테러(2011년), 코로나19(2020년) 등 3가지 유형의 팬데믹은 이미 초래했으며, 기후변화라는 팬데믹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며 전조 현상으로 미국 서부 지역, 호주 대형 산불, 각종 이상 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가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 보다 더 최악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 이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게이츠는 1995년, 1999년 경영 서적 2권을 출간했는데, 내년 2월 출간 예정으로 22년 만에 새롭게 쓰고 있는 책의 제목이 ‘기후 재앙을 피하는 방법(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으로 지난 10년 넘게 기후 문제에 대한 고민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비교적 최근이 2019년 10월에서 12월 사이 글로벌 네트워크 WIN(Worldwide Independent Network of Market Research)에서 수행한 ‘기후변화 관련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이어지는 기후 변화가 있다(95%)’, ‘지구온난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다(93%)’ 등 기후변화 및 심각성에 대한 인정은 조사대상인 39개국 평균인 86%, 84%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항목에는 39개국 평균인 46% 크게 앞지르는 66%가 동의했는데, 심각성도 인정하지만 동시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추세는 인도,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에너지 수요 급증에 따라 지속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내지만, 주요 선진국은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EU와 영국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소 추세를 보였고 2019년에도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특히 전력산업 부문의 경우 1990년보다 39% 감소 시켜, 신뢰할 수 있는 감축 경로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의 이웃 국가인 일본 역시 저탄소 전원인 원전의 제한적 사용에도 불구하고, 2013년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의도하지 않은 2014년 온실가스 감축(석탄발전량 감소)을 제외하면,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 상승하는 경로에서 이탈하지 못했다. 2019년 12월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에서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성적은 전체 61개 국가 중 58위이며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 저감 노력에도 ‘매우 미흡(very low)’하다는 혹평을 가했다. 다행히도 지난 7월, 우리나라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의 일환으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으며, 중요 축 중 하나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그린뉴딜(Green New Deal)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10월 28일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최근에서야 온실가스 감축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탄소 중립에 달성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대로 논의한 경험조차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세부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과 예산 배정 계획을 살펴보면, 과거의 산업화 시절부터 이어져 오는 ‘개수’, ‘용량’ 등의 숫자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를 확인할 수 있다. 근본적인 체계, 시장의 변화 없이는 30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기가 힘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시민의 지지와 전폭적인 동참 없이는 탄소중립을 위한 길을 형성하기조차 어렵다. 이제 시작이지만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부터 추진하는 과감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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